BOA·JP모건 등은 예금 몰려 반사이익
찰스슈왑 “증자·매각 필요없다” 강조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잇따른 폐쇄 이후 위기 확산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시중 예금이 대형은행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SVB와 시스니처은행 등은 금융 당국의 긴급 조치에 힘입어 예금 인출·대출을 재개하고 인수자 물색에 나서는 등 사태 수습을 위해 애쓰고 있다.
14일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금융 당국이 SVB 예금·자산 관리를 위해 설립한 임시은행인 실리콘밸리브리지은행(SVBB)의 팀 마요풀로스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예치금을 믿고 맡겨 달라고 요청했다. 마요풀로스 CEO는 고객들이 SVB 예치금을 전액 찾을 수 있다면서, 예치금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의해 완전히 보호된다고 강조했다. 또 고객들의 기존 신용한도를 지키겠다고 밝히는 한편 “신규 고객을 위한 (대출) 사업에도 열려있다”고 덧붙였다.
SVB는 지난주 유동성 부족 문제가 불거진 뒤 스타트업을 비롯한 예금주들의 뱅크런(자금 대량 인출 사태)으로 400억 달러 넘는 돈이 빠져나가면서 무너진 바 있다. SVB 파산은 미국 은행 역사상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후 연방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당국은 지난 주말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SVB의 모든 예금을 보호하기로 하는 등 신속한 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SVB 붕괴 이틀 만인 12일 폐쇄된 뉴욕주 소재 시그니처은행은 인수자 물색 작업에 들어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FDIC는 또 시그니처은행의 모든 예치금과 자산을 옮겨 시그니처브리지은행을 만들었으며, 잠재적 인수 의향자들이 이 은행의 자산을 실사할 수 있도록 데이터룸을 개설했다.
미실현 손실이 100억 달러 이상이라는 우려 속에 13일까지 3거래일간 주가가 31.87% 급락한 투자은행(IB) 찰스슈왑 주가도 투자자 진정 노력 속에 반등세를 보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월트 베팅어 찰스슈왑 CEO는 전날 회사 주식 5만주를 매입했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현시점에서 자본을 조달하지 않았고 인수합병(M&A) 매물로 내놓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SVB가 파산한 지난 10일 타 기업에서 찰스슈왑 모회사로 40억 달러 규모 자산이 유입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전날 시그니처은행에 대한 등급 전망을 철회하고 퍼스트리퍼블릭을 비롯한 6개 지역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미국의 전체 은행시스템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는 등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사태 와중에 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유입된 예금 규모가 150억 달러 이상으로,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라고 전했다.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고객들이 ‘대마불사’에 대한 믿음으로 큰 은행들에 자금을 옮겨놨다는 것이다.
또 정확한 규모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1위 은행인 JP모건에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들어왔고, 씨티그룹·웰스파고 등 다른 대형 은행에도 평소보다 많은 예금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UC어바인)의 마이클 이머먼 교수는 “미국 내 상위 6개 은행은 대마불사다. 과거 금융위기도 이를 입증해준다”면서 “이름값이 더 확실한 은행으로 가는 게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