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계가 요동을 치고 있다. 불과 며칠 사이 지방은행 2개가 문을 닫은 것이다.
또 다른 ‘금융위기의 전조인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인가?
월가에서는 추가로 파산하는 은행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들은 연방정부가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신호탄이 된 실리콘 밸리 은행(SVB)은 미국내 16위의 중간 정도 규모이다.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우려하는 것보다 크지 않다.
연방정부는 그럼에도 대통령의 입을 빌려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몰려드는 뱅크런(Bank Run)이 발생하자 예금자의 전액 보호를 확약하는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실제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사태가 가뜩이나 약해진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주지 않을까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번 사태를 경영부실에 무게들 두는 경제학자들도 많이 있다.
하인혁 웨스턴 캐롤라이나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ED)의 급격한 이자율 상승이 SVB 파산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나, 근본적인 이유는 경영진의 운영실패에 있다”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이자율이 주 원인이었다면 이 은행만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징후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연방정부가 적극 구제에 나설 경우 금융기관의 도덕적해이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
실제 시그니처 은행은 예치금의 90%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SVB나 시그니처 은행은 자금 유동성이 일시 경색될 수는 있어도 지불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시 말해 급하게 은행을 문닫게 해야 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
더구나 불과 이틀만에 예금 전체를 정상 거래하겠다고 선언할 상황이라면 은행을 폐쇄하지 않고 금융당국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게 시장의 미치는 파장을 줄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무튼 연방정부의 보증 선언으로 시장은 일단 안정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가 과거 금융위기 때처럼 자산의 대형부실에서 비롯되지 않아 금융권의 경색으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은행 파산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예금주들이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초대형은행으로 대거 이동할 수 있다는 일말의 불안감은 떨쳐버릴 수 없다.
벌써부터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이 현상이 좀더 과속화 한다면 한인은행들을 포함한 중소형 은행들은 자금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면서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나타날 것은 당연하다.
이런 가운데 모바일 뱅킹은 뱅크런이 얼마나 빠르게 일어날 수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는 앞으로 금융권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아무리 건전한 은행이라도 악성 소문이 퍼질 경우 비합리적 증폭현상으로 이어지면서 유동성위기로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무부와 연준 등 금융감독기관은 온라인 사회의 폭발적 과민반응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도 안게 됐다.
이제 파산논쟁은 화폐 남발 책임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더불어 고질적인 금융기관의 모럴 해저드가 도마위에 올랐다.
정치권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상대방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서로 공격을 하고 있다.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방만한 금융정책을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측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라고 반격했다.
비틀즈의 ‘Let it be’가 문득 떠오른다. 순리에 맡겨라. 영원한 명곡 가운데 명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