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애틀랜타 스파 총격 참사에서 희생된 피해자들을 추모하고 아시안 혐오 범죄와 총격 범죄를 규탄하는 집회가 16일 애틀랜타 다운타운에서 유가족과 AAPI(아시아·태평양계) 정치인 및 지지자 등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먼저 오전 주청사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는 샘 박 민주당 원내총무, 홍수정 주 하원의원을 비롯한 조지아 AAPI 코커스 소속 의원들이 모여 유가족, 관련 단체의 지지자들 등과 함께 참사의 피해자들을 기리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총기 규제 법안에 대해 설명했다.
샘 박 의원은 “정치계뿐만 아니라 우리 커뮤니티가 하나 되어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힘이 되었다”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AAPI 코커스 소속인 롱 트랜 주 하원의원은 2021년 사건 당시를 회상하며 “긴 혐오의 역사 후에도 아직도 이런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면서도 아시안 커뮤니티 외에도 라틴계, 유대계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모여 혐오와 싸우고 있고, 발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인 유영애씨의 아들 로버트 피터슨 씨가 눈물을 글썽이며 발언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결성된 조지아의 AAPI 코커스는 총 11명의 의원이 소속되어 있으며, 이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이들은 43만 조지아 AAPI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혐오 범죄 척결에 앞장서고 있다.
비 윈 전 주 하원의원은 “희생자들은 팬데믹 기간 취약한 환경 속에서 일하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며 “큰 꿈을 위해 건너온 미국땅에서 그들의 아메리칸 드림도 그 순간 끝났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백악관에서 에리카 모리츠구AAPI 연락담당관이 참석해 대통령의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총기 폭력(gun violence)을 끝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애틀랜타 커뮤니티에 보낸 서한을 읽고 있는 모리츠구 연락담당관.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주 의원들은 총기 사용 범죄를 끝내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미쉘 오우 주 하원의원은 다른 AAPI 의원들과 함께 총을 사기까지 3일의 ‘대기 시간’을 갖게 한다는 법안(HB 45)을 발의한 바 있다. 참사의 가해자인 로버트 애런롱(당시 21세)이 총을 구매한 당일 구입한 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조지아에서 가장 ‘다양한’ 카운티라고 알려진 귀넷의 팻시 오스틴-갯슨 검사장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추모의 뜻을 전하며 “혐오 범죄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지만, 절대 일반화돼선 안 된다”며 “애틀랜타는 ‘사랑’의 도시이지 ‘혐오’의 도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가족 마이클 웹 씨가 총기 사용 규제 강화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아시안 혐오 근절 포스터
이날 기자회견 후 자리를 옮겨 개최된 소규모 집회 및 행사에서 피해자의 유가족이 참석해 가족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참사의 피해자 고 유영애(63) 씨의 막내아들 로버트 피터슨 씨는 기자회견장에서부터 눈물을 훔치며 자리를 아시안 혐오 근절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에 보고 싶은 어머니가 나오는 꿈을 처음으로 꿨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피터슨 씨는 “어머니도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헤쳐나가는 것을 보시면 기쁘실 것”이라며 “아시안 혐오 근절을 위해 내 인생을 바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국자 애틀랜타 한국학교 이사장도 행사에 참석해 “피해자 대부분이 나와 닮은 아시안 중년·시니어 여성들이었다”며 “특히 연장자인 박순정 씨는 나와 같은 나이여서 더 크게 다가왔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취재 사진 /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