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수호성인 패트릭(386~461년)을 기리는 ‘성 패트릭의 날'(St.Patrick’s Day)이 어쩌다 ‘술 마시는 날’이 됐을까.
USA투데이는 17일 ‘성 패트릭의 날’을 맞아 이날의 기원과 풍습의 유래, 전이된 사실 등에 대해 소개했다.
이 신문은 “미국에서 ‘성 패트릭의 날’은 달력에 황금 동전 냄비가 그려진 날, 초록색 옷을 입고, 초록 염료를 넣은 맥주를 마시는 날, 네 잎 클로버를 찾듯 아일랜드계 혈통 연관성을 살펴보는 날 등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하지만 원래 이날은 미국에 정착한 아일랜드계가 그들의 민족 문화 유산을 자랑스러워하며 기념하는 날”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뉴욕주 올버니의 ‘아일랜드계 미국인 문화유산 박물관'(IAHM) 사무총장 엘리자베스 스택,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아일랜드인 축제 ‘아이리쉬 페스트'(Irish Fest) 코디네이터 브라이언 위트 등에게 정확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23년 3월 17일 맨해튼 5번가에서 열린 성 패트릭의 날 퍼레이드에서 케시호철 뉴욕주 주지사가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우선 성 패트릭은 아일랜드인일까? 아니다.
그는 386년 영국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16세 때 해적에 납치돼 노예로 팔렸고 아일랜드 서부 해안의 에메랄드 섬에서 6년간 노예생활을 했다.
408년 마침내 탈출에 성공, 프랑스로 가서 사제가 됐으나 432년 교황 첼레스티노 1세에 의해 주교로 성임된 후 아일랜드로 돌아가 기독교를 전파하며 선교활동을 했다.
성 패트릭은 세 잎 클로버(Shamrock)을 이용해 삼위일체를 설명했으며 3월 17일은 성 패트릭이 선종한 날로 알려져 있다.
스택은 “술이 ‘성 패트릭의 날’ 축하 행사의 일부가 된 건 최근의 일”이라며 “술 마시는 날로 여겨지는 것이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가족이 모여 성 패트릭을 기리고 축하하는 날이다. 특히나 성 패트릭의 날은 사순절 기간에 있기 때문에 술을 살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일랜드 사람들이 펍(Pub·술집)에 모여 왁자지껄 떠들며 술을 마시는 음주 문화로 유명하지만 이로 인해 성 패트릭의 날 본래의 분위기가 왜곡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아일랜드 커뮤니티는 이날을 매우 신중하게 보내려 노력한다”고 부연했다.
위트도 “사람들은 아일랜드인들을 항상 술과 연관지어 생각하곤 한다. 아일랜드계 인구 비율이 높은 도시에 펍 문화가 발전하고 술집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모든 고정관념이 다 진실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 패트릭의 날’에 초록색 옷을 입는 이유에 대해 위트는 ‘아일랜드계 미국인들의 민족적 자부심’이 반영된 것”이라며 아일랜드 국기가 초록·흰색·주황색으로 구성된 사실을 상기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원래 성 패트릭의 색은 파랑이다.
그는 파란색 망토를 둘렀고 조지 3세 아일랜드 국왕은 하늘색에 가까운 파란색을 ‘성 패트릭 블루’로 명명하기도 했다.
스택은 “미국인들이 성 패트릭의 날에 초록색 옷을 입는 이유 중 하나는 초록 옷을 입으면 레프러콘(아일랜드 민담에 등장하는 주황색 수염의 요정)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신화적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일랜드에서는 아직도 성 패트릭의 날이 ‘가족의 날’이고 매우 중요한 날로 여겨진다”며 공휴일이라 학교가 쉬고 대부분 사업체가 문을 닫는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다양한 축하 행사와 퍼레이드가 열리지만 연방 공휴일은 아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