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나 건물 관리에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 가운데 하나는 유지 보수이다.
그런데 비영리 단체의 경우 소요 비용을 넉넉히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한인회관을 소유하고 있는 애틀랜타 한인회도 예외일 수 없다.
지난 2013년 31대 한인회(회장 오영록)가 노크로스에 새 회관을 마련한 이후 지금까지 회관 보수공사는 계속 논란의 중심이 되어 왔다.
도라빌 회관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박선근 전 한인회장 등의 주도로 당시 제임스 레이니 주한미국대사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1997년 건립한 한인회관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곳 저곳에 수리 및 보수의 필요성이 생긴 것은 당연했다.
애틀랜타 한인회는 이에 따라 박영섭 회장(27대)과 은종국 회장(28·29대) 시절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단행했다.
지역 한인들은 노동력으로, 혹은 후원금 등으로 관심과 애착을 보였다. 덕분에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또한 당시 한인회관 운영과 관리에는 지금처럼 큰 비용이 들지는 않아 상대적으로 한인회의 부담은 적었다고 할 수 있다.
초기 이민자들의 애환이 깃든 이 회관이 뜻하지 않은 화재로 소실된 이후 한인회는 지역 유지들을 중심으로 새 회관 마련에 나섰다. 그렇지만 회관 관리와 유지 보수에 대한 한인회의 고민은 계속되었다. 오히려 건물 규모가 커진 만큼 더욱 더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회관 관리는 역대 회장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32대 배기성 회장은 2017년 신년회에서 회관 보수공사를 역점 사업으로 꼽았을 정도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3대 김일홍 회장 재임시에는 주차장에 싱크홀이 생겨 한인회관이 폐쇄될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당시 한인회는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계획하고, 전문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았으나 감당하기 어려운 공사비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 참에 건물을 매각하자는 의견도 대두되었으나, 일부에서 단돈 100 달러로 지붕을 수리했다는 웃픈(우습고도 슬픈) 코메디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애틀랜타 기부왕’이라 불리는 주중광 박사가 수호천사로 나섰다.
한인회관 보수를 위해 40만 달러를 기부키로 하고 지난해 3월 한인회와 약정식을 체결한 것이다.
이로부터 1년이 지난 후, 35대 한인회는 전문 기업인 GMC 블루 서비스(대표 박은석)를 지붕 보수 업체로 선정했다.
GMC측은 “기존 지붕은 메탈로 되어있어 녹이 슬고 부식이 심하다”며 이를 수리하고, 친환경 방수 외장재로 마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사 비용은 2021년 제안한 30만 2500달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축 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이 업체는 그 당시 견적을 유지하는 한편, 10만 2500달러는 한인회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20만 달러만 받겠다고 했다.
아쉬운 대로 주 박사가 1차로 기부한 20만 달러로 급한 불은 껐다.
앞으로가 문제다.
한인회는 지붕 누수공사에 이어 약 3에이커 크기의 야외 주차장 바닥 수리, 코팅 작업, 주차 선 작업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회관 내부 에어컨, 인테리어, 음향시설 등도 차근차근 수리해 나갈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60~70만 달러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인회는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아직까지 없다.
주 박사는 수리비용을 기부하면서 한인회에 이에 상응하는 매칭 펀드를 요구한바 있다.
이제 공은 한인회로 넘어갔다. 매칭 펀드 40만 달러를 만들 세부 계획이 필요한 시간이다. 약정식을 맺을 때부터 준비하는 것이 마땅했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래도 지금부터 서두른다면 더 늦은 것보다는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