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IC “SVB 파산 관련 경영상 과실 조사 중”
급작스러운 파산으로 중소은행 등 미국 금융권의 불안을 촉발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27일(현지시간) 새 주인을 찾은 가운데, 인수자인 퍼스트시티즌스 주가가 50% 넘게 오르는 등 중소은행 주식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시장이 진정되는 분위기다.
이날 SVB 파산관재인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중소은행 퍼스트시티즌스가 SVB의 상당 부분을 매입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뉴욕증시에서 퍼스트시티즌스 주가는 53.7% 치솟은 895.61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SVB 파산 이전인 한 달 전에 비해서도 약 20% 오른 가격이다.
위기설이 불거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11.98%)뿐만 아니라 키코프(+5.35%), 팩웨스트(+3.46%), 웨스턴얼라이언스(+3.03%) 등 다른 중소은행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미 역사상 두 번째 규모의 은행 파산으로 기록된 SVB 파산과 그 직후 시그니처은행의 연쇄 붕괴로 지난 2주간 미국의 중소·지역은행들로 불안 심리가 확산했다.
그 결과 이들 은행에서 예금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지속됐지만, 일단 이날은 한숨 돌리는 상황이 됐다.
퍼스트시티즌스 최고경영자(CEO) 프랭크 홀딩은 이날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이번 인수는 당국과 은행들이 예금자 보호에 협력하는 훌륭한 사례”라고 자평했다.
영국 금융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재나 스트리터는 “SVB의 일부가 새 주인을 찾으면서 여전히 어디서든 튀어나올 수 있는 문제에 대처할 당국의 능력이 개선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솔라나 비치의 퍼스트시티즌스 뱅크. 로이터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상업은행 가운데 자산 규모 30위 수준이던 퍼스트시티즌스는 이번 인수로 자산 순위 15위로 뛰어올랐다.
퍼스트시티즌스에 따르면 합병한 회사의 총자산은 2천190억 달러, 예치금은 1천450억 달러 규모다.
FDIC는 SVB 파산에 따른 예금보험기금(DIF) 비용을 200억 달러 정도로 잠정 추산하고 있다고 퍼스트시티즌스 측은 전했다.
이는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의 자회사가 시그니처은행의 자산 일부를 인수하면서 생긴 DIF 손실 25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은행권 자금으로 충당될 전망이다.
로이터는 퍼스트시티즌스가 FDIC에 인수대금으로 다음 달 14일까지 행사할 수 있는 자사 주식에 대한 주식평가보상권(SAR)을 줬으며, 금액은 퍼스트시티즌스 주가에 달려 있지만 최대 5억 달러(약 6천48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매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FDIC 관할 하에 있는 SVB의 증권 등 자산 가치는 900억 달러에 이른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은행권의 불안이 여전하다는 평가도 있다.
삭소 마켓츠의 레드먼드 웡은 SVB 매각이 “현재 미국 은행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인 중소은행에서 대형은행과 머니마켓펀드(MMF)로의 자금 이동에 대해서는 큰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정보업체 IG 마켓의 토니 시커모어 애널리스트는 “SVB를 인수자에게 넘기는 것은 좋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지역은행들의 예금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다른 폭풍이 오기 전의 작은 고요함”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마틴 그룬버그 FDIC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경영상 문제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FDIC가 이들 은행의 손실·경영상의 과실에 대해 조사하고 책임을 물을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마이클 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도 “SVB의 파산은 부실 관리의 교과서적 사례”라면서 “이자율과 유동성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했고, 예금 보험 보호 대상이 아닌 예금주들의 예상 못 한 파괴적인 자금 대량 인출(뱅크런)이 24시간 안에 발생하면서 파산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