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살해되는 순간을 목격한 앵무새가 범인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외쳐 범인이 검거됐다. 사건은 지난 2014년 인도에서 발생했는데, 법원이 9년 만에 앵무새의 증언효력을 인정하면서다. 이 범인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6일(현지시간) 인도 인디아투데이에 따르면 인도 지방 법원이 사촌 닐람샤르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아슈토시고스와미에게 같은 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슈토시의 검거에는 닐람의 애완 앵무새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살인 사건은 지난 2014년 2월 20일 발생했다. 닐람과 닐람의 반려견이 자택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집 안에 있던 보석과 현금 역시 도난당한 상태였다.
경찰은 자택에 머무르고 있는 닐람의 가족들을 우선 조사했다. 그런데, 경찰과 가족들이 대화를 나누던 중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집 안에 있던 닐람의 반려 앵무새가 시끄러운 목소리로 “아슈! 아슈!”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경찰은 가족들로부터 ‘아슈’가 닐람의 조카인 아슈토시를 의미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경찰은 이웃집을 탐문 조사했고, ‘아슈토시가 닐람의 집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봤다’라는 목격담을 확보했다. 경찰은 25일, 야슈토시와 그의 친구 로니마시(34)를 체포했다. 체포 현장에서는 닐람의 집에서 훔친 것으로 보이는 현금과 보석이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야슈토시의 손에 부상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관련한 질문을 수차례 던졌고, 야슈토시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부상에 대한 진술을 계속해서 번복했다. 닐람의 남편 비제이 샤르마 역시 ‘야슈토시가닐람의 부고 소식을 듣고도 집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직접적이고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재판 과정은 더디게 흘러갔다. 판결은 9년 동안이나 내려지지 않았다. 오랜 수사 끝에 아슈토시가 끝내 친구 로니와 함께 닐람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인도 지방 법원은 두 사람에 대한 무기징역과 함께 7만 2000루피(약 113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모하마드 라시드 특별 판사는 선고문에서 아슈토시의 자백과 앵무새의 ‘특별한 울음소리’를 주요 근거로 언급했다.
재판부는 “인도의 증거법상 앵무새의 증언이 공식적으로 효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재판 과정 내내 앵무새의 증언이 중심에 있었고 경찰들 역시 앵무새의 역할이 컸다고 그 공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9년간의 재판 동안 결정적인 역할을 한 앵무새는 주인의 죽음 이후 식음을 전폐한 끝에 6개월 후 세상을 떠났으며, 남편인 비제이 역시 2020년 11월 사망했다.
닐람의 딸 니베디타는 최종 판결에 대해 “돌아가신 아버지는 아슈가 교수형을 당하기를 원하셨다. 온 가족은 아슈가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계속해서 청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쏘지 마’ 앵무새의 증언에 남편 살해혐의 아내에 유죄평결도
미시간주에서 앵무새의 증언으로 유죄 평결 받은 여성과 살해된 남편.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서도 한 여성이 ‘앵무새의 증언’으로 남편을 살해한 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을 받은 일이 있다.
지난 2017년 7월 2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시간 주 뉴웨이고 카운티 배심원단은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글레나더램에게 전날 유죄평결을 내렸다.
검사는 앵무새를 증언대에 세우지 않았지만, 배심원단은 고심 끝에 ‘쏘지 마’(don’t shoot)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앵무새의 증언을 살인 사건의 증거로 채택했다.
미 일부 언론은 1993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발생한 한 살인 사건에서도 살해당한 앵무새 주인의 마지막 말 ‘리처드, 노∼, 노∼’가 살인의 증거로 채택된 기록이 있다고 전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