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고 투표율이 부쩍 높아진 대학생들의 투표를 어렵게 만들기 위해 여러 주에서 입법활동에 나섰으나 그다지 성공하진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 보도했다.
NYT는 아이다호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최근 학생증을 투표 신분증으로 인정하지 않는 법을 제정했으나, 뉴햄프셔와 버지니아에서는 다른 주 출신 학생의 캠퍼스 투표 금지와 10대 청소년의 유권자 사전등록 금지 등 입법에는 실패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런 움직임은 젊은이들이 투표소에서 점점 더 민주당 지지 세력이 되어가는 현상을 우려한 공화당이 대학생들의 투표를 막기 위해 새로운 장벽을 만들려 하는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UCLA 투표권 프로젝트’ 공동창립자 겸 법률책임자인 채드 던은 “이런 생각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경악했다”며 “하지만 이런 법을 발의한 사람들은 계속 시도할 것이고 6년, 8년, 10년 후엔 결국 이런 끔찍한 생각이 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몇차례 선거에서 낙태와 기후변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된 논란 등 이슈로 젊은 층의 투표율이 크게 높아졌으며 특히 2024년 대통령 선거운동이 진행 중인 지금은 이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양당 모두에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캔자스주와 미시간주에서는 낙태에 대한 주민투표가 진행된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젊은 층이 대거 투표에 나섰고, 2018년 중간선거에서도 선거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던 대학생들이 중요한 투표층으로 부상했다.
특히 아이다호주는 2018년에서 2022년 사이에 18~19세 유권자 등록이 66%나 증가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애틀랜타 벅헤드의 공공 도서관 투표소에서 중간선거 조기 투표자들이 줄을 서 있다. 로이터 사진.
대학생 등 젊은 층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공화당으로선 어차피 자신들의 표가 아닌 대학생에 대해선 아예 투표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입법 추적 단체 ‘투표권 연구소’에 따르면 아이다호는 지난 15일 브래드 리틀 주지사가 학생증을 투표장에서의 신분 확인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텍사스주 등 5개 주와 함께 학생증만으로는 투표하지 못하는 주가 됐다.
이런 입법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유권자 사기가 드물기는 하지만 그런 부정을 막기 위해서는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이다호 주지사가 법안에 서명한 직후 주 법원과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아이다호 여성 유권자 연맹 벳시 맥브라이드 대표는 “이는 유권자 탄압 법안이며, 이를 위해 제시한 사실관계들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학생 투표율을 낮추려는 공화당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주에서 온 대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주인 뉴햄프셔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이 다른 주 출신 대학생이 캠퍼스 내 투표소에서 투표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위원회에서 단 한 표도 얻지 못하고 폐기됐다.
텍사스주에서는 공화당 캐리 아이작 의원이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언급하며 안전과 정치 폭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모든 대학 캠퍼스 내 투표소를 없애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버지니아주에서는 공화당의 한 의원이 총선 시점에 18세 유권자가 되는 경우 16세부터 유권자 등록을 할 수 있게 하는 주 법을 폐지하려 했으나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도 힘을 얻지 못한 채 폐기됐다.
아이다호주 보라고교 3학년 메이 루스는 지난달 10일 학생증 불인정 법안 공청회에서 “처음 투표에 참여할 때부터 투표는 비용이 많이 들고 힘든 과정이라고 배우게 되면 민주주의라는 위대한 꿈에 환멸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