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 수백곳 동반 진출 기대
현대전기차 미래차 선도 야망
사바나 공장 새 일자리 8000개
지난해 10월 25일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전기차(EV) 톱 티어’로 도약하기 위해 사바나 서쪽 브라이언 카운티(Bryan County)에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현대차 그룹의 사바나 진출은 급속한 전동화 흐름 속에서 시장 선도자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브라이언 카운티에 건설될 전기차 전용 신공장의 공식 명칭은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HMGMA)다. 투자 규모는 55억 달러, 새 일자리만 8000여 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25년부터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하는 현대 전기차 전용공장(HMGMA) 조감도. 현대차그룹 제공
당시 HMGMA 기공식에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를 비롯해, 라파엘워녹, 존 오소프 연방상원의원,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 돈 그레이브스 연방 상무부 부장관, 조태용 주미대사 등 한미 양국의 정·관계 주요 인사가 참석하는 등 미국 측의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에선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장재훈 사장과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등 최고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날 착공된 HMGMA는 I-16과 US-280이 교차하는 지역의 2925에이커 부지에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2023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 전기차 공장 진출로 사바나 지역 경제계가 들썩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자동차 공장은 파급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 그룹 내 동반 진출기업에 대한 정보는 그룹 홍보실조차 대외비로 분류돼 이름을 공개한 적이 없다. 다만 1차 협력업체 중에는 상당수가 중견기업으로 증시에 상장된 상태라 개별기업이 공시할 뿐이다.
“현대차만 고객 아니다”…GM 등에도 부품 공급
앨라배마-조지아 기존 협력사 700여곳
사바나 통한 미국 현지화 속도 붙을 듯
현대 전기차 공장 건설이 확정되면서 전 미국의 시선이 사바나로 모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2만여 개의 부품으로 완성차가 조립되기 때문에 원청-하청 간 협력관계가 대단히 중요하다. 전기 완성차 조립 역시 가솔린자동차에 비해서 부품은 적지만 수백개의 부품업체와 협업 체제를 구축해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 전기차 공장과 함께 사바나에 동반 진출하는 한국 부품 기업들에 대해서 알아본다.
앨라배마와 조지아를 연결하는 현대-기아 벨트웨이에는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현대 글로비스,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대다수 협력업체가 동반 진출해 크고 작은 곳까지 합치면 700여 곳에 달한다. 현재 대표적인 협력업체 중 에스엘, 화신, 대원강업 등의 사바나 진출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미국내전동화로 300여개에 달하는 현대차 그룹 1차 협력사 중 절반 이상이 올해 상반기 내에 대미 투자를 추가로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2025년 발효될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등의 촘촘한 그물망이 외국 기업의 미국 현지화를 부추기면서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의 미국 진출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건립되는 HGMGA위치. 현대차그룹 제공
조지아주 경제개발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동반 진출 의사를 밝힌 곳의 총 투자 규모가 10억 달러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에 기아차 미국 생산법인인 기아 조지아와 앨라배마에 현대차 생산법인 HMMA를 갖고 있다. 새로 건설되는 사바나 전기차 공장과는 260마일, 316마일 거리다. 때문에 향후 HMGMA의 부품 조달이나 공급망과 관련해 사바나 지역에 어느 정도의 협력업체들의 추가 진출할 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다수의 협력업체가 브라이언 카운티를 비롯한 사바나 지역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협력업체들은 원래 미국 첫 진출 당시 고 정몽구 회장의 권고로 현대차그룹을 위한 부품업체가 아니라 GM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에도 부품을 공급해 오고 있기 때문에 현지 산업계의 기대는 더 크다.
앨라배마와 조지아로 이어지는 현대-기아 벨트웨이에는 현재 1차 협력업체가 29개, 2차 협력업체가 12개에 달한다. 2023년 3월 현재 사바나 진출이 확정된 주요 협력업체는 다음과 같다. 〈표 참조〉
▶아진산업 준INC
현대 전기차와 함께 사바나에 동반 진출 협력업체 1호는 아진사업의 자회사인 준INC다. 이 회사는 기아 조지아 인근에 이어 사바나 북서쪽에 소재한 불록(Bulloch) 카운티 브루얀커머스파크에 자동차 부품 공장을 설립한다. 주정부 인력 양성 프로그램인 퀵스타트를 통해 63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 2008년 2월 기아 협력업체로 동반 진출한 이 회사는 차체 부품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웨스트포인트 공장에 각각 공급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기아차 공장에 무빙 파트를 공급하고 있다.
아진 USA 공장. 아진USA 홈페이지
▶서연이화
자동차 내외장 부품을 제조하는 협력업체인 서연이화(Seoyon E-HWA)사도 7600만달러를 들여 사바나에 제조시설을 설립한다. 직간접적으로 74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연이화는 전세계에 생산 공장을 17곳 가동하고 있는 회사로 현대차를 따라 앨라배마에는 2005년에, 기아차를 따라 조지아 라그랜지에는 2010년에 공장을 설립했다. 사바나는 동남부 지역 3번째 공장으로 2024년 10월부터 도어 트림, 헤드라이닝, 범퍼 등의 부품을 생산하게 된다.
라그지란의 서연이화 공장. 구글맵 사진 캡처.
▶세원정밀
이미 앨라배마에 진출해 있는 세원정밀의 미국법인 세원아메리카는 이미 2008년 라그랜지공장을 건립해 현재 북미 최대 규모의 자동차 차체부품 공장을 가동 중인데, 이번에 사바나 인근 링콘시에3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새 공장을 짓는다.
라그란지에 있는 세원 아메리카 공장
▶PHA
현대차 그룹, 기아 및 기타 다수의 자동차 업체의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로 도어무빙 시스템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이다. 채텀 카운티의 새 시설에 67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며 402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 PHA의 새 시설에서 도어 모듈, 테일게이트 래치 및 후드 래치를 생산한다.
미시간주에 있는 PHA USA 건물. PHA 웹사이트 캡처
장병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