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압력 가중…달러화 강세
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 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의 깜짝 감산 결정은 이 기구를 주도해온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동안 생산량을 유지하겠다고 언급해 온 만큼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장 분석가들은 브렌트유 가격이 연말까지 최고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들의 감산 약속이 그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재선 유세를 준비 중인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내 연료 가격 상승 우려에 맞서 대응책 마련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번 감산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이번 감산 결정으로 올해 말과 내년 말 브렌트유 전망치를 기존보다 각각 5달러 상향 조정한 배럴당 95달러와 100달러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0월 감산 당시와 달리 중국의 강력한 회복세와 정제마진 회복으로 글로벌 석유 수요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상품·파생상품 리서치 책임자인 프란시스코 블랜치는 “1년간 수요와 공급에서 하루 100만 배럴 정도의 예상치 못한 변화가 발생하면 배럴당 20∼25달러 정도의 가격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OPEC가 브렌트유의 가격이 배럴당 80달러 이상에서 거래되면 미국 셰일가스 공급 증가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어서 유가 상승을 위한 감산이 5년 전과 같은 리스크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랜치는 그러나 “OPEC가 역사적으로 합의된 감산을 완전히 이행하지 못했던 만큼 약속된 감산 규모가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라면서 올해 하반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90달러로 유지했다.
RBC 캐피털 마켓츠도 OPEC+의 깜짝 감산 규모가 하루 165만 배럴이라고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70만 배럴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호주뉴질랜드(ANZ)은행의 수석 상품 전략가 대니얼 헤인스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이번 결정 이후 연말까지 100달러에 도달할 확률이 확실히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스웨덴의 스칸디나비스카 엔스킬다 은행(SEB)은 제트연료 수요가 회복되고 있어 이번 감산으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빠르게 회복하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OPEC+의 깜짝 감산 결정으로 미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을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만 재선 유세에 나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제한적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비축유(SPR) 추가 방출을 고려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는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인 1억8천만 배럴을 방출해 현재 비축유는 전체 비축역량의 절반 수준인 3억7천100만 배럴로 줄어든 상황이지만 여전히 가능한 선택지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 내 원유 생산 확대는 과거 호황과 불황 주기가 반복될 위험으로 인해 업계가 증산을 꺼리고 있어 쉽지 않은 데다 OPE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외교관계와 국방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검토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지난해 휘발유와 디젤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역효과가 우려돼 실제 시행하지는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한편 OPEC+의 감산 발표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미국 달러화가 강세로 출발했다.
동남아 다국적은행 OCBC의 통화 전략가 크리스토퍼 웡은 “최근 깜짝 감산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의 새로운 리스크가 되고 있다”며 “이 리스크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