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의회 난입’ 후속조치 속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법원에 출석한 가운데 이번 재판이 그가 안은 ‘사법 리스크’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성추문 입막음 의혹을 둘러싼 이번 기소가 재판에서 유죄로 결론 나더라도 형량이나 정치적인 함의는 상대적으로 가벼울 수 있다면서 현재 수사 진행 중인 다른 의혹들이 오히려 그의 대선 가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곧 추가 기소 또 있을 것”=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루된 형사 사건 중 기소가 가장 임박한 것으로 꼽히는 사건은 그가 2020년 대선 이후 조지아주 선거 결과에 개입하려 했다는 혐의다. 트럼프는 당시 경합 지역이었던 조지아주 선거에서 간 발의 차로 패배하자 2021년 1월 초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1만1천780표를 찾아내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풀턴 카운티 검사장 패니 윌리스는 지난해 5월부터 법원 명령에 따라 특별 대배심을 구성하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증언토록했다. 대배심은 올해 1월 비공개 수사 보고서를 작성한 후 해산했다.
지난달 16일 일부 공개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대배심은 지난 대선에서 광범위한 선거 사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냈다. 그러면서 일부 증인이 위증했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검사에게 이에 대해 기소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앞서 윌리스 검사장은 수사 보고서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하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윌리스 검사장의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결정이 이달 중 나올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를 전했다.
클라크 커닝햄 조지아주립대 법학 교수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지아주 사건의 대배심 구성이 위헌이라며 수사 보고서 파기를 요구하고, 윌리스 검사장의 언론 인터뷰를 문제 삼아 수사 자격 박탈을 요구한 것에 대해 대응해야 하는 기한이 다음 달 1일이다. 커닝햄 교수는 윌리스 검사장이 트럼프 측의 지연 전략을 피하기 위해 답변 기한 전에 기소를 결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선거 개입·조직적인 방해죄는 형량 훨씬 더 커”= 커닝햄 교수는 윌리스 검사장이 트럼프의 혐의에 범죄 집단이나 기업의 부정거래 등 조직적인 부패 범죄를 처벌하는 법률인 리코(RICO)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지아주의 리코법 위반 형량은 징역 5∼20년이다. 연방 소송과 달리 주(州)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항소심이 계류 중이더라도 수감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연방 검사 출신인 데니스 애프터굿도 이날 MSNBC 방송에 기고한 글에서 “조지아주 기소가 뉴욕 기소보다 훨씬 더 큰 사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프터굿은 “트럼프가 2020년 대선을 뒤집기 위해 조지아주 관료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계획의 뒤에는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2021년 1월 6일 선거 결과 인정을 거부하도록 설득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며 “이것이 모두 증거를 통해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지아주에서 대배심은 선거 방해와 주의 공갈방지법 위반 등 혐의를 고려할 수 있다”며 “이들 범죄에는 각각 최대 10년형과 2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사건은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 의회 난입 사태를 트럼프가 배후에서 선동하며 사실상 조종했다는 의혹이다. 연방하원 의회난입조사특위는 조사 과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 폭동을 전후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시도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며, 그에 대한 기소를 법무부에 권고하는 조사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사건은 법무부가 임명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수사 중이다. 다만 특검의 향후 일정에 관해 아직 알려진 내용은 없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조지아주와 법무부의 수사에 대해 “둘 다 실질적으로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다른 형사 사건도 줄줄이 수사·재판 대기= 아울러 법무부가 임명한 특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압수한 100여 건의 기밀 문건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하원 특위 과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다량의 기밀문서를 플로리다 자택으로 반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법당국은 이례적으로 전직 대통령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 사건 수사 역시 관련자들이 증언을 준비하는 등 최근 진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뉴스의 뉴스 진행자 브렛 베이어는 3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연계된 복수의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이 소환됐으며 금요일(7일) 워싱턴DC 대배심 앞에서 증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밖에 칼럼니스트 엘리자베스 진 캐럴이 성폭행과 관련해 제기한 소송도 진행 중으로, 뉴욕에서 법원 심리가 이달 25일 열릴 예정이다. 캐럴은 2019년 출간한 책에서 1990년대 중반 뉴욕의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