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수적인 대법관으로 알려진 클래런스 토머스가 공화당 후원자의 돈으로 20여년간 미국과 세계 각지에서 호화 여행을 즐겨왔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6일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 인터넷 언론 ‘프로퍼블리카’는 토머스 대법관이 매년 여름마다 댈러스 지역 기업인 할런 크로 소유의 개인 리조트에서 머물러 왔다고 이날 보도했다.
크로는 공화당 진영의 후보나, 법률 및 사법체계와 관련해 공화당이 추진하는 정책 등에 기부금을 내 온 영향력 있는 후원자 중 한 명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토머스 대법관은 텍사스 동부의 크로 소유 농장이나 정재계 유력인사가 상당수 속해 있다는 남성 전용 사교단체 보헤미안 클럽 캠핑장에서 함께 휴가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2019년에는 크로의 전용기를 타고 부부 동반으로 인도네시아 여행을 다녀왔다. 호화요트로 여러 섬을 돌아보는 일정이었던 점에 비춰볼 때 자비로 비용을 댔다면 50만 달러 이상이 들었을 것이라고 프로퍼블리카는 전했다.
토머스 대법관은 이러한 보도와 관련해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크로는 성명을 내고 “친구들끼리의 모임이었을 뿐”이라면서 “우리는 어떤 법적·정치적 사안과 관련해서도 토머스 대법관에게 영향을 끼치려 시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회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강한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의 반응은 토머스 대법관을 두둔하거나 침묵을 지키는 쪽으로 양분되는 양상이라고 WP는 전했다.
당시 규정상 토머스 대법관이 지인으로부터 호화여행을 제공받은 사실을 공개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었는지와 관련해선 전문가별로 의견이 갈리지만, 이번 폭로를 계기로 정치권에선 구속력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원 법제사법위원장인 리처드 더빈 의원(민주·일리노이)은 법사위 차원에서 즉각 대응할 것이라면서 “이는 대법관은 커녕 어떤 공무원에게든 미국 국민이 바라는 윤리적 기준과 전혀 맞지 않다”고 말했다.
1948년생으로 1991년 조지 H. W. 부시 당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대법관으로 취임한 토머스 대법관은 미 역사상 두 번째 흑인 대법관이자 현재 연방대법원 최선임이다.
그는 줄곧 미국 사회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킨 사안에 보수적 판결을 내리며 가장 보수적 법관으로 꼽혀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