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 인 레디’도 평균 수리비 2만7000불
집 안팎 꾸미기는 살아보면서 해 나가야
홈 워런티도 비교 후 가입해야 보장 확실
수많은 오픈하우스 방문과 여러 차례 오퍼 거절 등을 겪고 드디어 내 집을 샀다. 주택 마련의 힘든 여정을 마치고 이제 좀 쉬어도 되겠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집을 사는 과정에서 어쩌면 이미 직접 체험했겠지만 널리 알려진 통념과 다른 부분이 많다. 주택 구매 거래를 마친 뒤의 다음 단계에서 방심한 사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들이 많다. 특히 생애 첫 주택 구매자라면 내 집을 소유하면서 겪는 당황스러운 순간이 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새로운 홈오너라면 들어봤을 5가지 속설을 소개한다.
속설1. 주택 수리는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
잘 고친 집은 물론 심지어 새로 지은 집을 샀다고 해도 주택 수리비와 유지비는 일정 부분 여유를 갖고 마련해 둬야 한다.
모든 새로 거래된 집은 이사해서 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수리가 필요하다.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와 주택 수리업체 ‘덤택’에 따르면 매물로 오른 집의 평균 수리비는 2만7000달러다.
당장 추가로 이 비용을 들여 이사한 뒤에도 주택은 매년 집값의 1~4% 정도 유지비가 든다. 오래된 집은 당연히 더 많은 돈이 든다. 이사 오는 순간부터 집에 대한 감가상각은 시작되고 이에 대한 책임은 홈오너가 져야 한다.
유념할 점은 잘 관리하면 나중에 거액의 수리비가 드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붕 홈통에 낀 나뭇잎만 정기적으로 치워줘도 되고, 작은 페인트 통에 작은 붓으로 벗겨진 부분만 터치업해도 나중에 대대적인 작업을 하는 일도 막아준다.
HVAC의 필터는 권장하는 기간에 따라 교체해주고, 정화조도 정기적으로 비워주며, 수영장이 있다면 적어도 분기에 한 번은 청소해줘야 한다. 벽난로가 있다면 쓰는 빈도에 따라 청소해줘야 하며, 집안 곳곳의 연기 및 일산화탄소 감지기도 배터리 등을 체크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야 한다.
속설2. 이사 전에 데코레이션을 완료해둬야 한다
새 집, 새로운 출발, 새로운 가구. 생각만 해도 신나고 설레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첫 주택 구매자는 조금 전 자신의 생애 최대의 구매 거래를 마쳤다. 현재 재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추가로 다른 무언가에 더 많은 지출을 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당장 가구점 등으로 달려가 한꺼번에 집안을 꾸밀 것들을 사들이지 않아도 된다. 사실 여유가 된다고 해도 좀 더 기다리는 것이 이득이다.
뉴욕의 에이미 허만 스케처 에이전트는 “집안을 꾸미기 전에 한동안 새로운 집에서 살면서 느껴보는 것이 좋다”며 “본인과 가족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체험한 뒤 어쩌면 긴 세월 쓸지도 모를 가구 등을 사는 것이 당연히 현명한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물류난 등을 고려하면 당장 집 안에서 앉거나 누울 수 있는 의자나 침대 등은 조금 일찍 주문해야 불편을 줄여줄 것이다.
속설3. 인스펙션은 건너뛰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치열해진 바이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인스펙션을 포기했다. 또는 인스펙션을 통해 집의 문제점이 드러나도 거래를 중단하지 않았다.
어쩌면 이런 희생을 통해 최종적으로 주택 거래 계약서에 서명했을 수도 있지만 이제 홈오너가 된 이상 진실을 알아야 할 때가 됐다. 주택 인스펙션을 통해서는 간단한 문제뿐 아니라 집안 전체 배수 시설의 문제, 고르지 않은 바닥의 문제, 잘못 설치되거나 변형된 하수관 문제 등 심각한 결함도 찾아낼 수 있다.
만약 인스펙션을 포기했다면 지금이라도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주택에 대해 검진을 하는 것이 늦은 것은 아니다. 물론 수리비는 홈오너인 바이어 본인이 부담해야겠지만 나중에 더 큰 문제로 키우기 싫다면 지금이라도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 인스펙션 비용은 300~500달러로 나중에 더 큰 비용 부담을 지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마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일부 보험사는 ‘인스펙션 프로텍션’을 보장하는 곳도 있는데 플랜에 따라 클로징 이후 첫 1년 동안 인스펙터가 놓친 결함에 대한 수리비를 커버해준다.
속설4. 홈 워런티는 집 보험과 같다
모기지 렌더의 요청으로 대부분의 홈오너는 집 보험을 갖게 된다. 그리고 아마 홈 워런티라고 불리는 것도 갖게 되는데 주로 새로 지은 집에 속하는 것이지만 기존 주택에도 해당한다. 집 보험과 홈 워런티는 비슷하게 들리지만, 상당히 다른 보장을 제공한다.
홈 워런티는 집안의 가전, 냉난방 시설, 전기와 배관 시스템 등의 수리와 교체를 보장하도록 설계됐다. 추가 비용을 내면 수영장과 핫터브 등의 보장도 약속된다.
홈 워런티의 보장 내용과 범위는 홈 워런티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비교해서 본인의 필요와 예산에 가장 잘 맞는 플랜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체로 홈오너가 부담할 비용은 연간 평균 300~600달러 선이다.
반면 집 보험은 주택이 손상됐거나 화재, 자연재해, 도둑 등의 피해로 망가진 경우 수리 및 교체 비용을 보상한다. 또 만약 누군가 집에서 다쳐도 이 부분에 대한 홈오너의 책임을 대신 책임져준다. 홈오너는 홍수나 지진 등 집 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자연재해에 대한 보장을 추가로 특약에 가입해서 보호받을 수도 있다.집 보험은 보험사마다, 보험사의 플랜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전문 보험 브로커와 상의해서 필요한 보장을 받는 것이 방법이다. 보험료는 보험사와 플랜, 보장 범위, 집의 가치, 재산 산정가 등에 따라 다르다.
속설5. 모든 주택 업그레이드는 집값을 올린다
많은 홈오너들이 홈 업그레이드는 주택의 가치를 높인다고 여긴다. 그러나 주택을 개조한 뒤 집을 팔 때 집값을 올려주는 게 있고 반면 개조비만 사용하고 집값은 딱히 올리지 못하는 것도 있다.
부동산 정보 웹사이트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욕실 추가가 집값을 올리는 업그레이드로 꼽힌다. 특히 자녀가 있는 집은 아침에 화장실 쟁탈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욕실이 많을수록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리모델링 매거진’은 중간 크기의 욕실을 추가하는데 드는 비용은 평균 5만7000달러로 나중에 집을 되팔 때는 약 3만 달러의 가치 상승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공간을 쪼개서 욕실을 더하는 건 안 되고 전반적인 플로어 플랜에 잘 조화되도록 공사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주택 업그레이드는 집의 위치와 시세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 고급 주택가에서는 이국적인 카운터 톱과 고급 가전 등 럭셔리한 업그레이드가 집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다. 그러나 서민적인 동네에서라면 돈이 많이 드는 이런 업그레이드는 투입한 것만큼 집의 가치를 높여주지는 못할 것이다.
앞뒤 마당의 꾸밈 정도도 마찬가지다. 잘 정돈된 관목과 잔디는 항상 좋은 인상을 주지만 거기에 더해 더 멋지게 보이기 위해 미니 분수대 등을 동네나 집의 분위기와 상관없이 무작정 설치한다면 오히려 나중에 집을 보러 오는 바이어에게 부담감만 더 줄 수도 있다.
류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