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팀 중에 금년에 80세 생일을 맞으시는 여러분들이 축하 이벤트로 케리비안 크루즈 여행을 다녀오시면서 피클 볼 열풍을 몰고왔다. 2주 동안 배 안에서 피클 볼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정구나 탁구를 치지 않던 공치기에는 초보인 분들도 부부가 모두 매일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열기가 여행이 끝난 후에 교회의 피클 볼 클럽에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공원을 걷고 나서도 피클 볼 코트를 찾아 연습으로 이어졌다.
피클 볼은 정구, 배드민턴, 탁구를 종합한 것 같은 운동인데, 노인들과 여자들도 즐길 수 있게 과격한 운동을 피해서 만든 새로운 게임이다. 정구 공 만한 플라스틱 공에 구멍이 뚫리고 주걱 같은 패들로 서브를 허리 아래에서 친다. 네트 가까이 선을 넘으면 벌점이기에 떨어져서 공을 치니 과격한 공격이 어렵다.
1965년에 미국에서 시작된 피클 볼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인기가 올라갔고, 2021년과 2022년에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포츠가 되었다고 스포츠 및 피트니스 산업 협회 (SFIA)는 공식적으로 보고했다. 남녀 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고, 경비가 적게 들며, 체력이 약해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미국 내셔널 챔피언십과 US 오픈 토너먼트를 포함하여 미국 전역에서 수천 개의 피클 볼 토너먼트가 있다고 한다.
피클 볼에 열성을 보이는 김장로님이 핸드폰 인공지능에게 “한국에도 피클 볼이 보급되었나요?” 하고 물었고, 다음 같은 대답이 나왔다: “네, 한국에도 피클볼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피클볼 대회도 열리고 있으며,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노인들 사이에서는 건강한 운동으로 인기가 높아져서 커뮤니티 체육관이나 공원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나는 무릎이 아파서 처음엔 안 쳤어요. 그런데 쳐보니 아픈 무릎이 나아졌어요.” “정구는 공이 빠르고 힘이 부치는데, 이건 살살 받아 넘기기만 하면 되니 재밌어요.” “교회의 피클 볼 클럽에는 여자들이 너무 재미있다고 많이 참가해서 지금은 들어 갈래도 자리가 없어요.” “피어스 파크를 비롯해서 우리 주변에 실내와 실외 피클 볼 코트들이 많아요.” 그런 말들을 들으니, 나도 해보고 싶었다.
월요일 아침, 공원을 한시간 걷고 나서 피클 볼 코트에 가서 연습을 한다는 분들을 나도 따라갔다. 스와니의 로빈손 공원에 가니, 정구 장 두개 정도 크기의 넓이에, 피클 볼 코트가 6개, 한쪽 구석에는 벽을 만들어 초보자들이 벽치기를 하게 만들어 놓았다. 미국사람들이 이미 8명 두 팀이 아침 일찍부터 공을 치고 있는데 계속 사람들이 오고 있었다.
부인을 순아라고 부르는 장로님이 공을 살짝 처서 네트를 넘겨주면 부인이 공을 받아 살짝 처서 넘겨주고 그렇게 가까이 서서 공 연습을 시작했다. 다른 장로님들 두 쌍과 집사님 한 쌍이 코트에 서서 부부끼리 공을 치는 연습을 한다. 그렇게 살짝 네트를 넘겨주는 샷, 딩크 샷 (dink shot)이 피클 볼의 기본 샷이라고 한다. 세 장로님들은 80세 생일을 맞아 크루즈를 다녀와서 피클 볼을 치는 분들이다. 부부들은 마치 옛날 연애할 때 상대를 배려하듯, 운동하는 모습이 다정하게 보였다.
“80 대 중반인 나에게 무리야. 공간은 좁아도 뛰어야 되고, 낮은 공을 치려면 몸을 구부려야 되고, 무리야.” 그렇게 생각하던 나도 용기가 나서 인터넷에서 패들을 주문했다. 아내도 패들을 주문해 달라고 했다가, 당장 주문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친구들과 함께 시작해 보고 싶지만, 그러면 여러 교회에 다니며 오래전부터 하고 있는 시니어 프로그램을 못하게 될 것 같아, 당분간 보류한다고 했다.
유튜브 영상에서 과거 테니스 영웅들인 존 멕켄로, 마이클 창, 아가씨, 로드릭이 피클볼 치는 것을 보며 배꼽이 아프게 웃었다. 불똥이 어디로 뛸지 모르는 멕켄로의 코멘트와 제스처가 60이 넘은 지금도 옛날 과 똑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공을 미스했을 때 두 손으로 뒤통수를 잡거나, 라켓을 던지는 모습, 공이 선 밖으로 나갔다고 할 때 심판에게 항의하는 시큰둥한 모습, 그가 공을 잘 쳐서 관중들이 박수 칠 때 흥분하여 두 팔로 밀어 올리며 격려하는 제스처들이 옛날 그가 테니스 황제였을 때의 모습을 일깨워 주어서 웃음이 터졌다. 금발 머리를 동여 맸던 아가씨는 지금은 대머리가 되어 어기적 걷는 모습은 그대로이다.
체육관 벽에다 대고 피클볼을 쳐본다. 유튜브 영상에서 배운 기본동작을 연습하며 그립 잡는 방법을 익힌다. 전신 운동이기에 조금만 해도 땀이 나고 숨이 찬다. ‘그래 새로운 운동에 도전해 보는 거야. 비용도 저렴하고, 운동도 하고 친구도 만나는 기회를 만들고’ 미소를 지으며 공연습을 한다. ‘해보다가 너무 힘들거나 무리하면 그때 고만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