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출동에 차로 이동 대치
스왓팀 최루탄 투척해 검거
지난 11일 10대 총격 피살에 이어 LA한인타운 한복판에서 대낮에 은행강도 미수 사건이 발생, 경찰과 용의자 사이에 대치전이 펼쳐졌다.
사건은 13일 오후 1시 40분쯤 올림픽 불러바드와 뉴햄프셔 애비뉴 코너에 있는 뱅크오브호프 올림픽-버몬트 지점에서 발생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남색 수트를 입은 채 얼굴을 가리지 않은 용의자는 은행 안으로 들어와 창구 직원에게 다가서서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여성 직원이 이를 거절하자 용의자는 접이식 칼을 꺼냈고 이를 본 직원은 비상 버튼(panic alarm)을 눌렀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영도 시큐리티는 “용의자가 처음 들어올 때는 칼을 들고 있지 않았다”며 “여성 직원은 잠시 기다려보라고 하고 비상 버튼을 누른 후 용의자와 대화를 하며 시간을 벌었다. 몇분이 채 안 돼 경찰이 도착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특수기동대 장갑차가 LA한인타운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은행 지점과 올림픽길 구간(베렌도~뉴햄셔)을 폐쇄하고 은행 내부에 있던 직원과 고객들을 대피시켰다.
그 사이 용의자는 은행 뒷문을 통해 빠져나갔고,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차량(검은색 인피니트 SUV)에 탑승했다. 용의자가 차에서 나오길 거부하자 특수기동대(SWAT)팀의 장갑차가 투입돼 용의자가 탑승한 차량을 포위했다.
당시 주차장 주변으로 SWAT 요원을 비롯해 15명의 경관이 배치됐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관들은 권총과 고무탄, 샷건 등으로 무장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용의자는 자신이 총과 폭탄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경찰은 용의자가 칼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용의자가 계속해서 투항을 거부하자 경찰은 경찰견(K-9)을 동원해 용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했고, 오후 4시 45분쯤 용의자가 타고 있는 차량에 최루탄을 발포했다. 이후 경찰은 차 밖으로 탈출한 용의자를 체포했다.
최루탄 발포 후 용의자를 체포하는 모습
에런 폰세 올림픽 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은 무장 강도 미수(attempted armed robbery)로 용의자는 25세 히스패닉 남성으로 보인다”며 “용의자는 칼을 소지하고 있었고 직원에게 말로 협박(verbal threats)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한 부상자는 없다”며 “자세한 사건 경위는 LAPD 강도-살인 디비전과 연방수사국(FBI)이 공조수사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뱅크오브호프 측은 “고객과 직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고위 임원진이 직접 찾아 현장을 확인하고 그들의 안위를 확인했다”며 “큰 사고가 없어 다행이고 지점은 내일(14일) 정상 영업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무장 강도 사건이 발생한 LA올림픽 불러바드와 은행 일대의 진입이 통제되고 있다.
한편, 한인타운에서 벌어진 은행 강도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1월 윌셔와 하버드 인근의 뱅크오브호프 윌셔-하버드 지점에 강도가 들어 현금을 강탈한 뒤 도주했다. 당시 인명 피해는 없었다
또 2017년 5월에는 웨스턴 애비뉴와 올림픽 불러바드 코너에 위치한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흑인 강도 용의자가 폭발물을 지니고 있다고 협박하며 은행 직원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2010년 7월 윌셔와 노먼디에 위치한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는 강도가 침입해 돈을 강탈하려다 실패하고 도주했다.
취재/장수아·김예진 기자, 사진/ 김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