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의 논쟁거리 중 하나는 팁 문제다. 팁을 내는 사람은 얼마나 줘야 할지 고민하고, 팁을 받는 사람은 액수 때문에 속이 상한다. 식당에서 고작 몇달러 때문에 얼굴붉히고 싸우는 일도 많다. 한국에는 없는 팁 문화 때문에 새로 이민온 한인들은 언제나 “팁은 얼마나 줘야 적당하냐”라고 언제나 묻는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끼리 또 논쟁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한인들 아닌 미국인들은 이러한 팁문제로 고민을 하지 않을까? 그렇지도 않다. 미국인들도 팁 때문에 고민하고 얼굴 붉히고 싸우는 일이 종종 있다. 미국은 최저임금이 주마다 다르며, 게다가 팁을 받는 사람은 최저임금 예외가 적용되어 훨씬 적은 액수의 임금을 받아도 합법적이라고 연방법과 각주 노동법은 규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뉴욕시의 경우 최저임금은 15달러지만, 팁을 받는 요식업 종사자는 최저임금애 10달러에 불과하며, 뉴욕시를 벗어나면 그 액수는 9달러대로 낮아진다. 조지아주의 경우 최저임금은 7.25달러지만, 팁을 받는 사람은 2.13달러로 낮아진다. 별도로 팁을 받을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 법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요식업 종사자의 절대 다수가 정치적으로 힘없는 이민자, 소수민족, 그리고 여성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주변의 식당 웨이터, 배달부, 네일살롱 직원, 미용실 직원, 카워시 직원들을 둘러봐도 그렇지 않는 사람이 별로 없다. 기본급은 적고 팁은 불안정하고, 경기가 어려워지면 ‘고통 분담’이라며 가장 먼저 해고되는 사람들이 팁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9.11테러 당시 일자리를 잃은 식당 종업원들은 그 좋은 예이다. 2001년 빈 라덴의 세계무역센터 테러로 2996명이 사망했는데, 이중 73명이 웨이터와 식당종업원들이었다. 무역센터 최상층에 위치한 윈도우즈 온 더 월드(Windows on the World)가 테러로 무너지면서 식당 종업원 250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테러의 사상자들에게는 수많은 후원금과 온정이 쏟아졌지만, 테러로 일자리를 잃은 이민자, 소수민족, 여성 식당 종업원들은 하루아침에 가족들의 생계까지 위협당하면서도 힘들단 소리도 못하던 상황이었다.
사루 자야만(Saru Jayaraman)은 이들 식당종업원들을 변호하면서 팁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변호사이다. UC버클리 요식업노동 연구센터(Food Labor Research Center) 소장인 그는 최근 비영리단체 원 페어 웨이지(One Fair Wage)를 운영하며 어바인 재단 리더십상(James Irvine Foundation 2023 Leadership Awards)을 받았다. 그는 요식업업계 종사자의 대다수가 이민자이고, 70%가 여성이라면서 낮은 임금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요식업 업계 팁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도어대시(DoorDash)나 인스타카트(Instacart) 등은 최근 배달부들의 기본임금을 삭감했는데, 그 이유로 배달부들이 손님들에게 팁을 받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자야만 변호사는 “팁을 이유로 기본임금을 깎는 것은 배달부의 급여를 훔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점진적으로 팁을 손님의 자유로 맏기는 대신, 요식업 노동자들의 기본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지적한다.
한인들치고 팁을 내거나 받거나 해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장기적으로 볼때는 팁을 없애고 최저임금 액수를 높여, 요식업 업계 종사자들이 팁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요식업 종사자들도 팁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손님들도 팁 액수 때문에 고민할 일이 없으며, 식당 업주도 팁 분배 문제 때문에 직원들과 얼굴 붉힐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각 주의 의회가 최저임금 액수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