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총격 사건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미국 전역에서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이번엔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청소년이라 충격을 더 한다. 지난 15일 앨라배마주 데이드빌에서는 16세 학생의 생일파티 도중 총격이 일어났다. 체포된 용의자도 10대 청소년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총기였다는 카이저 패밀리 재단의 보도는 충격적이다.
2020년 미국내 총기로 목숨을 잃은 청소년은 4천 명을 훌쩍 넘었다. 청소년 10만 명당 5.6명꼴이다.
이처럼 총기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총기 규제입법은 요원하기만 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총기는 미국에서 아이들을 숨지게 하는 주범이며, 그 피해규모는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연방 차원의 총기 규제 입법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가 지난달 14일 LA 몬트레이팍을 찾아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은 나름대로 총기난사 차단을 위한 조치를 취한 좋은 예다.
올 초 이 곳의 한 댄스 교습소에서는 70대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1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쳐 미국 전역을 충격에 휩싸이게 한 바 있다.
이 행정명령은 ‘레드 플래그’법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방 허가를 받은 총기 판매업자가 행정명령을 준수하도록 압박하고, 이 내용을 모를 수도 있는 이들을 교육함으로써 중범죄자나 가정 폭력범에 총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신원조회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지난해 연방의회를 통과한 총기안전법에 따라 18~21세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를 강화하고 정신 건강 프로그램 등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법 시행이후에도 비웃듯이 잇따른 발생하는 총기사고가 이를 증명한다.
시민 단체나 언론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총기 소지권을 담은 연방 수정헌법 2조를 고수하는 반대 목소리 또한 거세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총기 소유 옹호 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 행사에서 “총기 문제가 아니라 정신 건강과 사회·문화·정신적 문제”라며 주장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법을 준수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정부를 무기화 하려는 좌파 십자군“이라고 비난할 정도이다.
이 같은 양 진영의 소모전 속에 이번엔 초인종을 잘못 누른 소년이 침입자로 오인을 받아 총에 맞았다.
그럼에도 워싱턴 정가에서는 변죽만 울릴 뿐 핵심엔 접근도 못하고 있다.
첨예한 이해 충돌로 총괄적인 규제법안 마련이 당장 어렵다면 우선 총기구매와 소지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이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총기구매와 소지를 21세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마땅하다.
담배와 주류 구입과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는 21세부터나 가능하지 않은가. 그것도 꽤나 엄격하여 판매자에겐 신분증 검사도 의무화다. 21세 이하(Under age)와 함께 술을 마셔도 방조죄로 처벌받을 정도로 엄격하다.
그럼에도 연방정부는 공공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합당한 규제를 할 수 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 보호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논란의 소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전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 법의 취지를 대입해 청소년들의 총기 소지와 사용을 제한할 경우, 총기로 인한 사고와 재앙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은 물론이다.
담배와 주류 판매 제한 법안이 청소년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데 기여한다고 공감한다면, 총기 소지와 사용에 대한 연령제한 법안도 청소년의 안전을 보호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차기 대선에서는 이 논의가 쟁점화하기를 기대한다. 고물가-고금리로 대표되는 경제문제 못지 않게 총기규제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필요 불가결한 이슈이다.
미주한인사회도 여러 차례 총기사건을 직접 경험한 만큼, 더욱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