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탁구회에 나도 정기적으로 참가한다. 30분만 열심히 탁구를 쳐도 땀이 난다. “교회에서 탁구를 치고 보행기 기록을 보니 8천 보 걸었다는 기록이 나와요.” 한 분이 보행기 기록을 보여 주었다. 노인들에게 신명나는 유산소 운동일 뿐 아니라, 모여서 같이 공도 치며 친구도 사귀고, 가끔 회식도 하며 친목을 도모하고, 우울증의 기회도 막고, 모난 성깔도 다듬어지고, 비용도 적게 들고, 교회에 은퇴한 노인들이 많이 모이게 되니, 교회 탁구회원이 많다.
교회 연장자 사역위원회에서는 탁구회를 효율적으로 운영 하기위해서 회장과 총무를 선정했다. “회장으로 탁구회를 리드하는데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어?” 탁구회를 몇 년째 리드하는 회장에게 물어보았다. 회장은 고향 후배로 가깝게 지낸다.
“회원들 간에 싸움이 제일 골치거리지요.” 회장의 말을 듣고 보니, 최근에 탁구장에서 몸싸움이 일어날 뻔한 사건이 생각났다. 몸싸움 직전에 주위 사람들이 말렸다. 두사람을 화해 시키려고 담당 부목사님이 애쓰셨고, 탁구회원들에게 부탁했다. “탁구장에서 불만이나 부당한 일은 본인이 간섭하지 말고 회장을 통해 해결하도록 해 주세요.”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데도 두 사람만 계속 치려는 사람, 공이 나갔느냐 안 나갔느냐 다툼, 귀가 어두워 알아듣지 못한 오해, 못 치는 사람이 잘 치는 사람에게 배우고 싶은데 기회 박탈의 불만, 계속 치다 보면 오래 쳤다며 본의 아니게 밀려나는 서운함, 청하지도 않은 레슨의 지루한 설교, 가르쳐 준다며 몸 접촉으로 불쾌하다는 여자의 불만, 똑 같은 사람하고 만 치려는 사람 등, 싸움의 원인은 다양하고 많다.
어떻게 하면 그런 경우들이 갈등과 언쟁으로 이어지지 않고, 이해와 배려로 변할 수 있을까? 계속해서 경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쳐지지 않을까?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가? 이민 와서 생소한 환경; 총기문화, 인종주의, 언어 장벽, 생소한 환경속에서도 적응 생존한 사람들 아닌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갈등은 줄어드는 것이 그 증거 아닐까? 많이 모이면 별난 사람도 있고, 부대끼고 경험하면 모난 돌도 씻기고, 오래 하다 보면 양보하며 배려하는 새로운 진전이 오지 않을까? 나 자신부터 이해하고 배려하자.
“탁구부 회장으로 다른 어려움은 뭐 야?” 회장에게 또 물었다. “탁구대를 설치하고 끝나고 철거하는 일, 탁구 공을 줍는 일, 교회 다목적실을 탁구장으로 이용하니, 치우고 준비하는 일을 여러분들이 도와주어서 잘 하고 있지만, 가끔은 힘들 때가 있어요.”
아, 그렇구나. 화요일과 목요일 아침 9시반에 탁구회원들이 와서 탁구를 치도록 임원과 그들의 배우자, 그리고 몇몇 분들은 일찍 와서 탁구대를 꺼내 와 펴고, 네트를 달고, 공을 나누어 공바스켓에 담아 홀더에 얹어서 탁구대 마다 가져다 두는 일, 플라스틱 울타리를 탁구장 가로 치는 일, 엄청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정해졌다. 한번도 일찍 나와서 그런 준비를 도와주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임원들이나 돕는 사람들은 자원 봉사자들이다.
탁구가 끝나고 기구를 철거하고 장소 정리할 때 일이 더 많다. 구석으로 흩어진 탁구 공도 주워야 한다. 회장이 그동안 몇 번 회원들을 모아 놓고 탁구대를 준비하고 철거할 때 도와 달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회의가 있은 다음에는 많은 분들이 철거하는 작업에 동참했다. 상업적인 탁구장이 아닌 교회 탁구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운영된다.
시작 시간 조금 전에 나도 가서 도와야지 작정하고 몇 번 참가했지만 일찍 가기는 쉽지 않고 끝나고 정리할 때 되도록 도우려 한다. 탁구를 치지 않고 기다릴 때 흩어진 공을 체로 줍는 일을 한번도 하지 않는 사람, 탁구 치다가 자기 테이블에 공이 없으면 다른 테이블에 가서 공을 가져올 망정 공을 줍지 않는 사람, 시작한 한참후에 나타났다 끝날 때가 되면 일찍 사라지는 사람들, 기록은 없어도 뒤에서 수근 거리는 사람들의 소리속에 그들 이름이 들리기도 한다.
탁구 회 회장으로 다른 어려움은 뭐냐 고 물으니, 탁구 치다가 다치거나 넘어지는 사고라고 한다. 탁구회에 가입할 때 탁구치다 넘어지거나 다쳐도 교회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는다. 교회 벽에도 각서가 붙어 있다. 집에서 바지를 입다가 넘어지고, 집 앞을 걷다가 넘어지고, 목욕탕에서 넘어지는 시니어들이 탁구장에서 계속 운동을 하면 근육이 강화되기도 하겠지만, 넘어지기도 한다. 넘어지는 일이 일어나면 회장으로서 어려움을 겪는다.
탁구장 안의 문제점이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것 같다. 부정적인 것은 긍정적인 일에 비하면 새 발에 피다. 실제로 탁구장은 웃음과 흥분,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다. 박혀만 있는 모난 돌은 변하지 않지만, 흐름 속에 부대껴야 부드러워진다. 어려움 없는 값나가는 작업은 없다. 나부터 문제해결에 내 몫은 내가 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