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남성이 발가락을 물어뜯는 반려견 덕분에 발을 절단해야 할 지경에 이른 당뇨합병증을 조기에 발견해 성공적인 치료를 받았다.
뉴욕포스트는 19일 영국 케임브리지의 64세 남성 데이비드 린지와 그의 반려견인 불독 할리의 사연을 소개했다.
린지는 소파에서 잠들었다. 외출에서 돌아온 아내가 비명을 지르기 전까지 반려견 할리가 자신의 발을 물어뜯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잠들어 있었다. 발가락에서는 피가 났고, 상처가 깊어 발가락 뼈 일부가 드러났다.
간단한 응급처치를 한 뒤 인근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린지는 “반려견이 나에게 이런 일을 하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7개월된 반려견은 발가락을 물어뜯느라 이빨 몇 개가 부러졌다.
치료를 한 의사는 “천만다행”이라고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발가락 치료를 하면서 당뇨합병증으로 발가락이 썩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병원 CT스캔(컴퓨터 단층 촬영검사) 결과 린지의 다리 부분에 있는 두 개의 동맥이 막히기 일보 직전이었다. 치료 시기를 놓쳤다면 혈류 부족으로 다리를 절단하는 치료를 해야 했던 위급한 상황이었다.
린지는 “발이 완전히 마비돼 감각이 없었다는 걸 병원에 가서야 눈치챘다”고 말했다. 린지는 막힌 동맥을 인위적으로 넓히는 치료를 받으며 회복하고 있다. 그는 “반려견과 계속 함께하겠다”고 했다.
반려견 때문에 발가락을 다쳤지만, 더 큰 병을 찾아내 큰 화를 면했다. 사진 인터넷 캡처
반려견 할리의 행동이 당뇨로 인해 손상된 다리의 치료를 알리기 위한 행동인지 아닌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개가 사람의 질병을 찾아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미국 레이크이리대 연구팀은 사냥개인 비글 4마리를 8주간 훈련시킨 결과 폐암 환자의 혈청 냄새를 96.7%의 정확도로 구별했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이보다 앞서 2018년 영국에서는 훈련받지 않은 반려견이 주인의 유방암을 미리 알아냈다. 이 반려견은 6주 동안 주인의 오른쪽 가슴을 누르고 냄새를 맡는 등 이상행동을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은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서 주목받았다.
또 프랑스 연구진은 지난해 개를 훈련시켜 사람 땀 냄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진짜 감염자들을 양성으로 분별하는 정확도가 9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신속한 검사가 필요한 공항이나 대규모 공연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