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백 곳 파산 1980년대 위기와 흡사”
무디스, 지역은행 11곳 신용등급 무더기 하향
지난달 일부 은행의 붕괴로 촉발된 은행권 불안이 수습 국면에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몇 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주 은행권의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이후 심각한 예금 인출 사태는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3일 보도했다.
이는 은행권 위기의 공황 국면이 끝나가고 있을지 모른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하지만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대출 감소로 경제가 얼마나 타격을 입느냐는 것으로, 해답은 몇 달 동안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우선 장기 고객들이 돈을 단기금융자산투자신탁(MMMF)으로 옮기면 금리를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느리지만 꾸준한 중소은행들의 예금 잠식이 계속될 수 있다.
예금 축소에 따라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면 수익이 줄어든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대출이 2% 감소할 때마다 은행 수익이 10%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내 총대출은 3~6%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경제 총생산을 0.3~0.5%포인트 줄인다.
예금 이탈에 따라 저렴한 자금원을 잃은 중소 은행들은 자본 조달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소형 은행 수백 곳의 현실적 대안은 대출을 줄이는 것이다.
미국 내 중소기업 대출의 대부분은 중소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로버트 카플란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많은 중소기업이 연말에 더 이상 대출을 해줄 수 없다거나 대출금리를 재산정하겠다는 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은행 두 곳의 파산으로 취약점이 드러났다면서 US 뱅코프와 자이언스뱅코프, 뱅크 오브 하와이 등 미국 지역은행 11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하향 조정했다.
특히 작년 말 기준 예금의 절반 이상이 예금자 보호를 받지 못해 올해 1분기 기준 예금 11%가 빠져나간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는 두 계단이나 강등됐다.
WSJ는 현 상황이 2008년 금융 위기 때와는 유사한 점이 거의 없고 1980년대 후반 은행 수백 곳이 파산했던 저축대부조합(S&L) 사태 때와 흡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30여 년 전 금융 위기 당시 문제가 몇 년간 악화했지만 1990년까지 불황은 없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