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녀간 친밀함이 예방 교육 첫 걸음…한번 마약에 빠지면 평생 충동과 싸워야”
“중독 증세가 쾌락 탐닉과 자기 절제 부족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중독은 의지의 문제가 아닌, 뇌 질환입니다.”
미국 이민 1세대들이 한국에서 살 때만 해도 한국에서 마약 범죄는 흔하지 않았다. 마리화나를 포함한 각종 마약 사용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한인들이 많지만, 1.5세와 2세들은 미국에서 자라며 마약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경향이 있다. 이 간극에서 한인 청소년들의 마약 문제가 발생한다고 김미경 정신분석 상담사는 지적한다.
중독 심리 상담 전문인 김 씨는 지난해부터 청소년 마약예방 단체인 코야드(COYAD)에서 매주 중독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인 이민 가정이 겪는 문화적 갈등과 세대 차이를 언급하며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조건 혼내고 화만 낸다면 더 숨고, 음성적으로 마약을 사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상담사에 따르면 중독이란 접근성과 허용성이 갖춰진 환경에서 나타나기 쉽다. 그는 “미국처럼 마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사회에서 마약에 중독되기 쉬우며, 학교에서도 그렇다는 점을 학부모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 이전에 왜 안 된다는 것인지, 어떤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위험한 것인지 경계심을 갖게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담뱃갑에 흡연의 위험성을 알리는 적나라한 사진을 넣는 캠페인을 언급했다.
마약을 사용하면 뇌가 손상되고, 그에 따라 인식 기능 마비, 판단력 저하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또 시간 개념이 떨어져 지각을 상습적으로 하거나 몸을 자유롭게 컨트롤하기 어렵다. 마약 중독 증세에 이르면 심한 경우 환청, 환시, 환각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는 “사회생활이 힘들어지고 인간관계도 다 무너진다”며 “완벽히 마약을 끊을 수는 없다. 죽을 때까지 유혹을 느끼고 그 충동과 싸워야 한다”고 경고한다.
코야드는 ▶눈이 자주 충혈되거나 ▶마리화나 등의 냄새가 날 때 ▶방 또는 가방 밑에서 담뱃가루처럼 보이는 것(마리화나)이 많이 떨어져 있을 경우 자녀의 마약 사용이나 전자담배 흡연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학부모들에게 당부한다.
그러나 작은 전자담배(베이프)의 경우 USB 또는 펜처럼 생겨 필통에 넣고 따로 숨길 필요도 없으며,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은 사탕 형태로도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부모가 알아차리기 힘들다.
무엇보다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김 상담사는 “학교에서 또래가 마약을 건넸을 때 거절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필요하다. 부모의 서포트로 그 힘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 예방 교육은 유아기부터 시작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결핍 없이 부모와의 친밀한 애착 관계가 잘 형성되면 사춘기 시기에 약물에 빠져들 확률이 낮다”며 외부 환경보다 가정 내 정서적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자녀나 가족 중 누군가가 의존·중독 증세를 보인다면 부정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먼저 인정하고 그 다음에 수용적 관계를 유지하며 극복할 수 있도록 서포트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