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백악관, 한국 안심시키려 고심”
WSJ “북 억제 장기적으론 불충분”
NYT “북핵 제어 노력 실패 시인한 셈”
한미 정상이 26일 회담에서 발표할 ‘워싱턴 선언’의 주요 내용이 공개되면서 주요 언론들도 잇따라 선언의 배경과 의미에 대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부 외신은 미국이 한국의 방어를 위해 핵자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약속을 한층 진전시킨 것을 높이 평가한 반면, 이번 선언만으론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을 잠재우기엔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워싱턴 선언은 한국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도록 하는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고,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한국은 그 대신 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비확산 의지를 천명하기로 했다.
CNN 방송은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 2명의 발언을 토대로 미국이 한반도 전술핵 배치 또는 자체 핵무장 시나리오를 “상당히 피하고 싶어 했으며, 백악관은 최근 수개월을 한국을 안심시킬 방법을 찾는 데 썼다”고 분석했다.
이들 당국자는 그러면서 양국의 이번 합의가 “한국이 필요로 하는 대안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NN은 워싱턴 선언에 대한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의 분석도 소개했다.
맥스웰은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해본 경험이 없다”며 “그들과 모의훈련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핵무기 사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표적 설정과 그 효과 등에 대해 교육받아야 한다”며 “이러한 것들이 그들(한국)을 만족시킬 수 있고 준비태세를 강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화성-17형 ICBM 시험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한국의 ‘외도(dalliance)’ 위험을 선제적으로 잘 제어했다는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아시아 안보 담당 잭 쿠퍼 연구원의 시각을 소개했다.
쿠퍼 연구원은 “독자적으로 핵 개발을 하고자 하는 서울의 외도가 동맹에 점증하는 위험 요인이 되고 있는데, 이번 선언은 이를 선제적으로 제어한 영리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전문가와 대중이 핵 억지력 강화를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결국, 북한은 핵무기를 계속 확장하고 현대화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핵 위협을 가하고, 중국은 막대한 핵전력 증강을 지속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NBC 뉴스는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교수를 인용해 워싱턴 선언이 “상징적”이라며 미국이 여전히 한국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 “한국 대중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NBC에 따르면 루이스 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약속’이 “군사적 가치는 없다”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선언이 한국을 안심시키겠지만 북한이 전력을 증강하는 상황에선 장기적으론 안심시키기에 불충분할 것이라는 전문가 발언을 소개했다.
국무부 북한담당관을 지낸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북한 전문가 조엘 위트는 “이번 선언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다수의 한국 정부 및 군 당국자는 자신들이 (핵무기) 버튼을 가질 때까지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확장억제를 강조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어하기 위한 지난 30년의 모든 노력이 결국 실패했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동시에 이는 점점 높아지는 ‘자체 핵무기’를 향한 한국 내 요구 목소리를 진정시키기 위한 의도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NYT는 “과거에는 북한이 핵무기와 뭔가를 바꿔 현금화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있었지만, 북한의 지상 목표는 ‘왕조’를 지키는 것이고 이는 무기를 유지하고 더 확대한다는 의미”라는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최근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