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걷는 4쌍 부부가 깁스 가든(Gibbs Garden)에 다녀왔다. 둘루수에서 한시간 운전 거리, 도심지를 벗어나 넓은 들판과 드문드문 보이는 농가들이 한가롭게 느껴지는 시골길을 통해 깁스 가든에 도착하니, 파킹장에 차들이 가득하고 노란 조끼를 입은 안내원들이 새로 오는 차들을 빈 자리로 안내한다.
시니어 입장료를 내고 문 안으로 들어서니, 나무 그늘 밑에 테이블과 의자들이 가득하고,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앉았다. 꽃 향기 그윽하고 높은 나뭇가지들의 초록 잎사귀들이 햇빛을 막아준다. 그 자리를 넘어서니, 무지개 색깔의 울긋불긋한 화단들이 보행 길 양 옆으로 꽃 길을 만든다.
“팬지 꽃은 아시겠지만, 이 꽃 이름 아세요?” “양귀비 아닌가요?” 일본 정원이라는 안내판을 따라 들어서니, 아기자기한 꽃밭에는 오색찬란한 꽃들이 피었다. 꽃밭 가운데 여자애가 손바닥에 앉은 나비를 바라보는 청동 소녀상이 아기 손녀처럼 귀엽다. 주변에 돌 탑, 부처 상, 두루미 암수가 서 있는 청동상, 다양한 조형물들이 보인다. 키가 하늘을 가리는 높은 볼드 사이프러스 나무가 선 연못가에, 일본식 정자가 있고 앉아서 쉴 의자도 있다.
능수버들의 길게 늘어진 가지가 연못 가운데 수직으로 매달려 그네를 탄다. 졸졸 흐르는 냇물 가장 자리에 물새 조각과 꽃들, 연못 속에 수련의 잎들과 분홍 연꽃들, 일본 정원을 걸으니 크고 작은 것들이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수많은 꽃 색깔들이 어울려 전체로 포근한 느낌을 준다. 동물과 식물과 물과 바람과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조화속에 행복하다.
깁스 가든은 조경사업에 성공한 조경 전문가 짐 깁스(Jim Gibbs)가 1980년에 지금의 부지 220 에이커를 사서 정원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한 가정의 정원 형식으로는 미국에서 제일 큰 정원이라고 한다. 깁스 가든은 일본 정원을 비롯한 다양한 양식의 16개 정원으로 구성되었다. 꽃색깔이 화려하고, 관목과 나무들이 무성한 정원에는 24 개의 연못, 19개의 폭포, 많은 도랑과 물줄기, 32개의 다리가 있고 작은 정자들과 돌 조각과 청동 조각들이 있다.
“소를 세 마리를 키워야 가정이 행복합니다.” 우리 일행이 폭포물이 쏟아져 물소리를 내는 수영장 가장 자리에서 쉴 때 그런 말이 나왔다. 한참 꽃 길을 걷고나서 화장실도 다녀와서 의자와 계단에 편히 앉아 이야기를 할 때였다. 그늘을 만든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꽃향기들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옳소, 좋소, 졌소, 이 세 마리 소를 키우는 가정은 행복하답니다.” “나도 카톡에서 읽었는데, 거기는 고맙 소, 잘했 소, 내가 잘못 했 소, 라 고 했더라구요.” “소 세 마리만 키우면 부부싸움은 사라지고, 가정이 화목하겠네요.” “남편들이 소를 키워야 해요.” “소는 아내도 여물 주고 키워요.” “소가 없으면 송아지를 사다가 길러야 해요.” “부부가 서로 존댓말부터 시작해야 해요.”
같이 걷는 그룹 중에 부인이 남편에게 늘 존댓말 하는 분에게 물었다. “결혼 생활 40-50년쯤 한 지금도 부인이 남편에게 존댓말을 하는 비결이 뭐 예요?” “먼저 부인에게 존댓말을 해 보세요.” 그는 자신도 영향을 받은 친척인 ㅅ 부부 이야기를 했다.
그 부부는 새해 세배할 때면, 부부가 서로 맞절을 하며, 새해마다 결혼식을 새로 하듯,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고 존댓말을 하자는 의식을 한다고 한다. 결혼한 자녀들도 똑 같은 의식을 치르게 한다고 한다. 매년 새해마다 거듭 반복한 의식 때문인지, 그분들은 늙어 가면서 부부 사이가 유난히 좋고, 서로 존댓말을 하고, 가정과 사회와 교회에서 모범부부이다.
“새해마다 부부가 서로 세배절을 하며 존댓말을 하는 의식이 소를 기르는 방법이 아닐까요?” 내가 물었다. “그렇지요. 우리 캠페인을 만들어 시행하면 어떨까요? 새해를 맞을 때 마다 결혼예식의 상견례를 새롭게 하여 서로를 사랑한다는 맹세, 존댓말을 씀으로써 상대를 존경하는 캠페인을 벌리면 어떨까요?” “와, 행복한 가정을 만들자는 캠페인, 잘 구상해 봐요!”
“당신들, 일본 사람입니까?” 우리들 옆자리에 있던 백인 부부 중에 중년 남자가 다정하게 물었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대답했다. 그들 부부는 이 정원에 오면 마음이 편해 자주 와서 힐링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아시아에서 가져온 꽃과 식물들도, 유럽에서 온 식물들도, 여기의 식물들과 조화와 하모니를 이루며 자라는 이 정원은 힐링이 된다고 했다. 그의 아내도 스웨덴에서 왔다고 소개했다. 그러고 보니, 그 여인은 북 유럽 전통으로 키가 늘씬하다. 다양한 식물들이 어울리는 깁스 가든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미국이 아름답고 편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