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발급된 비자 취소 조치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하는 취업비자(H-1B) 취득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H-1B 비자를 받기 위해 다수 업체들이 공모해 신청서 접수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방 수사당국은 최근 관련 증거를 발견하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해당 기업과 고용주들을 비자 사기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또 이미 해당 기업체를 통해 비자를 발급받은 신청자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비자를 취소하고 있어 파장이 우려된다.
2일 국토안보부(DHS)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지역을 비롯해 수십 개의 소규모 기술 회사들은 자신들이 채용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H-1B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100여 곳이 넘는 비자 컨설팅 업체와 손잡고 신청서 접수 사기 행각을 벌였다.
고용주들은 비자 컨설팅 업체에 1인당 2500달러에서 5000달러를 주고 허위로 직원 채용 신청서를 접수했다. 특히 비자 컨설팅 업체들은 비자 취득 기회를 높이기 위해 같은 신청자의 이름으로 수차례씩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서 사기행각에 가담한 비자 컨설팅 업체는 120여 곳으로 파악돼 연방 당국은 비자 사기가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비자 신청서를 수속하는 이민서비스국(USCIS)이 같은 고용주 이름과 신청자의 이름이 반복된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시작됐다. USCIS에 따르면 최근 들어 H-1B 신청서가 이상하리만치 늘어나자 자체 조사에 착수해 사기 행각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USCIS의 한 관계자는 “조사 결과 1번 이상 취업 신청서를 작성한 케이스가 수만 건이 접수됐다”며 “외국인 노동자의 H-1B 비자 당첨 가능성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연간 8만6000건만 발급되는 비자를 받기 위해 2020년의 경우 27만4237건, 2021년에는 30만1447건의 신청서가 접수됐지만, 지난해에는 48만3927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내년도 비자 신청서를 접수한 올해는 이보다 2배 가까운 78만1000건이 몰렸다.
USCIS에 따르면 1번 이상 접수한 신청자는 2021년의 경우 9만 명이었으나 지난해 16만5180명에서 올해는 40만8891명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현재 USCIS는 지난해와 올해 신청서 가운데 비슷한 패턴으로 접수된 신청서를 가려내 발급된 비자를 취소하는 절차도 착수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의 한 미용 업체에 취업한 유학생 김모(25)씨는 “졸업 후 현장실습(OPT)으로 일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H-1B 신청서를 접수했지만 탈락했다”며 “솔직히 이렇게 연달아 탈락할 줄 몰랐는데 너무 당황스럽다. 비자 사기로 인한 피해를 나 같은 유학생들이 고스란히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인 이민법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인력 공급이 필요한 하이테크 기술 업체들은 H-1B 비자 발급을 받지 못한 인력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어 스트레스가 많다”며 “최근 H-1B 신청서 조사도 까다로워져 비자 취득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