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처'(Sanctuary City)를 자처하며 중남미 출신 불법 입국자들을 적극 수용해온 미국의 3대 도시 시카고시가 ‘포화상태’를 선언하고 남부 국경의 텍사스주에 이송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텍사스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실패한 국경·이민 정책 탓”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린 뒤 강화된 국경정책을 통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불체자 이송을 중단할 수 없다며 맞섰다.
3일(현지시간) 지역 언론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인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은 지난 30일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에게 “불법입국자들을 버스에 태워 시카고로 보내는 비인간적이고 위험한 행위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어 라이트풋 시장은 지난 1일에는 CNN 방송에 출연해 “더이상 그들을 수용할 공간도 자금도 없다”면서 “최근 2~3주 동안은 매일 최소 200명씩 시카고에 도착했다. 돌봐야 할 불체자 수가 너무 빠른 속도로 늘었다”고 토로했다.
라이트풋 시장은 애벗 주지사에게 “작년 8월부터 9개월간 시카고로 보내진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가 8천 명 이상”이라며 “이들의 거처로 쓸 수 있는 시설들은 모두 꽉 찬 상태이고 더이상 새로운 시설을 찾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시카고는 이민자를 환영하는 도시이고 카운티·주 정부와 협력해 도전에 대처해왔다”며 “하지만 당신의 일방적이고 배려 없는 일 처리는 우리를 한계에 부딪히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애벗 주지사는 답신을 통해 “진정한 해결책을 원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화해서 미국인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국경 위기에 대책을 내놓도록 요구하라”고 제안했다.
그는 “성역도시를 자처해온 시카고가 고작 수천 명의 불법 이민자를 감당 못 하겠다고 불평하는 것을 듣다니 아이러니하다”면서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이 하루 1만3천 명 이상인 텍사스 국경의 소도시들은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애벗 주지사는 “이 문제는 텍사스 또는 남부 국경지역만이 아니라 미국 전체의 문제”라면서 “텍사스는 불법 입국자들로 인한 국경도시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시카고·뉴욕·워싱턴DC·필라델피아 등 ‘불체자 환영 도시’를 표방하는 곳으로 이들을 분산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연방 정부 차원에서 국경을 보호하고,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을 막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며,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치명적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유입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이트풋 시장은 미국 체류 신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환영하고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이 실행되기를 기대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대량 유입을 막을 국경정책을 내놓을 때까지 텍사스주는 버스 이송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시카고시 예산 당국은 지난주 “급증한 이민자 지원 문제 때문에 시 예산이 5천300만 달러(약 700억 원) 적자 상태에 놓였다”고 밝혔다.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56·민주)는 시카고로 이송된 망명 희망자들의 거처 마련 및 식비·의료비 등을 지원하기 위해 주 정부 기금 1억5천만 달러(약 2천억 원) 이상을 시카고시에 지급했다면서 “이로 인해 일리노이 주정부 예산이 쪼들려 바이든 대통령에게 연방 기금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