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여 국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
6일(현지시간) 오후 12시 2분께 영국 런던 웨스터민스터 사원.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찰스 3세 국왕의 머리에 대관식 왕관(성 에드워드 왕관)을 씌워주면서 이렇게 외쳤다. 사실상 찰스 3세 국왕의 시대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대주교의 외침에 웨스트민스터 사원 안에 자리한 참석자들도 일제히 “신이여 국왕을 보호하소서”라고 화답했고, 40번째 군주의 대관을 선포하는 트럼펫 소리 등이 장내에 울려퍼졌다.
이날 대관식은 찰스 3세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대관식이 열린 1953년 6월 2일 이후 약 70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 TV로 생중계됐다.
엘리자베스 2왕 대관식 당시 국내외에서 8천여명이 초청됐고 이 중 영국 귀족만 910명이 참석했던 것과 달리, 이날 대관식에는 2천여명으로 확 줄었다. 전반적으로 70년 전에 비해 간소화했다고는 하지만, 1천여년 전통에 따라 경건하면서도 비교적 화려한 모습을 유지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대관식에서 캔터베리 대주교 저스틴 웰비 목사가 찰스 3세 국왕에게 주권을 수여했다. 로이터
찰스 3세 국왕은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대관식에서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로부터 성 에드워드 왕관을 받았다. 로이터
왕관을 쓰고 왕좌에 앉은 찰스 3세 국왕. 로이터
웨일스 공 윌리엄이 14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대관식에서 아버지 찰스 3세의 손을 잡고 있다
왕관을 쓴 찰스 3세가 버킹엄궁으로 돌아오는 ‘대관식 행렬’은 영국 국왕의 위용을 국민과 세계에 보이는 장이었다.
영국과 영연방 군인 4천여명이 참여한 1.6㎞ 길이의 행렬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트래펄가 광장을 거치는 2.3㎞ 경로를 30분간 행진했다.
군악대의 연주와 군인들의 절도 있는 행진에 도로 양쪽을 여러 겹으로 채운 인파는 열렬한 반응을 보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버킹엄궁으로 돌아오는 행렬. 로이터
대관식이 끝난 후 찰스 왕과 카밀라 여왕을 보기 위해 몰에 모여든 시민들. 로이터
대관식이 끝난 후 찰스 왕과 카밀라 여왕을 보기 위해 몰에 모여든 시민들. 로이터
절정은 온통 황금색으로 번쩍이며 멀리서부터 시선을 잡아끄는 ‘황금마차’였다. 261년 된 ‘황금마차’는 이날 흐린 날을 배경으로 더욱 돋보였다.
마차에서 찰스 3세 부부가 손을 흔들자 환호성은 최고조로 커졌다.
웨스트민스터 사원 다이아몬드 주빌리에 등장한 찰스왕의 황금 마차. 로이터
찰스 3세의 황금마차 행렬. 로이터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버킹엄궁으로 돌아오는 찰스왕 내외의 황금마차. 로이터
뒤이어 윌리엄 왕세자 가족이 탄 마차에 조지 왕자, 샬럿 공주, 루이 왕자의 귀여운 모습이 보이자 옆에 선 기자들의 카메라가 바쁘게 움직였다.
윌리엄 왕세자 가족들이 찰스왕의 행렬을 뒤따르고 있다. 로이터
‘더 몰’ 주변은 이미 오전 7시에 가득 차서 통행이 통제됐다. 열혈 팬들은 며칠 전부터 텐트를 치고 노숙하며 명당을 잡은 터였다.
찰스 3세 얼굴이 찍힌 깃발을 몸에 두르거나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 모양 모자, 왕관 등을 쓴 이들을 보면 축제 같았다. 멋진 모자를 쓰고 한껏 차려입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왕실이 영국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런던에서 3시간 떨어진 스토크-온-트렌트에서 부인, 딸과 함께 온 폴 씨는 “우리의 군주 찰스 3세 국왕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폴씨는 “군주제는 잉글랜드 특유의 제도로, 영국에 좋다”며 “공화제를 원하는 사람들이 시위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들은 극소수”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하루에만 런던에 1만1천여명을 투입했다. 국가원수급 약 100명 등 203개국 대표가 참석하는 초대형 행사이다 보니 비상 상황이었다.
이날 마지막 일정은 버킹엄궁 발코니 인사였다. 갈등 관계인 해리 왕자는 빠지고 커밀라 왕비의 친손자들이 포함되면서 새로운 왕실 가족의 그림이 그려졌다.
군중들이 더 몰에 모여 버킹엄 궁전 발코니에 왕실 가족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찰스 3세와 카밀라 여왕이 2023년 5월 6일 영국 런던에서 대관식 후 버킹엄 궁전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왕실 가족들이 버킹엄궁 발코니에서 시민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로이터
애틀랜타 중앙일보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