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학력과 이력으로 파문을 일으킨 조지 산토스(34·공화) 미국 연방하원의원이 10일 사기, 돈세탁, 공금 절도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산토스 의원의 각종 사기 의혹을 조사해 온 뉴욕 동부연방지방검찰청은 13개 혐의로 그를 기소한 직후 체포해 구금 중이다.
모든 혐의가 인정될 경우 최대 2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연방 법무부는 설명했다.
이날 오후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연방법원에서 진행된 기소인부절차에서 산토스 의원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50만달러의 보석금을 조건으로 산토스를 석방했다.
공소장에는 산토스 의원이 선거자금을 유용해 명품 옷을 사고 자동차 할부금을 납부한 혐의와 직장이 있으면서도 실업수당을 신청해 2만4000달러를 부정 수급한 혐의 등이 기재됐다.
플로리다주의 한 투자회사에서 연봉 12만달러를 받으면서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실업수당을 신청해 2만4천달러를 부정으로 수급한 혐의도 밝혀졌다.
지난 2020년과 2022년 선거 과정에 공개한 재산공개 서류에 소득과 자산을 거짓으로 적어 내 하원과 유권자를 속인 혐의도 받고 있다.
브리언 피스 뉴욕 동부연방지검장은 성명을 내고 “이번 기소는 산토스의 다양한 사기 음모와 뻔뻔한 사칭 행각에 대해 책임을 지우려는 것”이라며 “공소장에 포함된 혐의들은 그가 연방 의사당까지 올라가고 재산을 불리기 위해 반복적인 거짓말과 사기에 의존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피스 지검장은 “산토스는 정치헌금을 자기 배를 불리는 데 사용했고, 팬데믹으로 실업자가 된 뉴요커들에게 돌아가야 할 실업수당을 불법 신청했으며, 하원에 거짓말했다”고 비난했다.
브라질 이민자 2세인 산토스는 지난해 11월 뉴욕주 롱아일랜드와 뉴욕시 퀸스 일부가 포함된 연방하원 제3선거구에서 승리해 공화당 소속으로는 연방의원에 당선된 첫 공개적 동성애자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가 산토스의 경력 대부분이 날조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혈통부터 가족, 학력, 경력까지 모든 것이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바루크칼리지를 나왔다는 본인 주장과 달리 대학을 아예 나오지 않았고,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에서 일했다는 이력 역시 허위로 드러났다.
유대인 혈통이며 조부모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로부터 겨우 탈출했다는 주장도 거짓으로 확인됐고, 동성애자임을 강조했지만 과거 여성과 결혼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숨겼다.
개인 이력 위조뿐 아니라 선거자금 유용을 비롯한 각종 사기 의혹도 불거졌다.
동물 구호단체를 만들어 성금을 모은 뒤 가로챘다는 보도가 나왔고, 지난 2008년 모국 브라질에서 훔친 수표를 사용한 혐의로 브라질 검찰의 사법 조치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토스는 각종 논란에도 사퇴를 거부하고 오히려 재선 도전 의사까지 천명했으나, 이번 기소로 정치생명에 위기를 맞게 됐다.
하지만 산토스 의원은 법원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난 마녀사냥에 맞서 싸울 것”이라며 “내 자신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를 무조건 ‘마녀사냥’으로 낙인찍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법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변호인은 이날 기소인부절차에서 선거운동을 위해 뉴욕과 워싱턴 외에 다른 지역에도 이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 산토스가 재선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