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한 ‘아시아계 미국인’이 아니다. ‘한국계 미국인’이거나 ‘한국인’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할 때 자기 민족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뿌리’를 의식하고 있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공영 라디오 NPR이 10일 보도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국 내 한국·중국·일본·인도·필리핀·베트남 등 6개 아시아계 그룹에 속한 성인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2%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례로 한국계의 경우 자신을 소개할 때 ‘한국계 미국인'(Korean American) 혹은 ‘한국인'(Korean)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서양인이나 일부 언론이 흔히 사용하는 포괄적 명칭인 ‘아시아계 미국인'(Asian American)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응답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자신을 단순히 ‘아시아인’, ‘미국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람은 각각 12%, 10%로 그보다도 적었다.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아시아계는 2천3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된다. 이들은 자기의 뿌리와 그 유산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고 퓨리서치센터는 분석했다.
이 같은 특성은 출신 국가별로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계의 경우 66% 이상이 자신을 한국인 혹은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설명했으나 일본인은 약 30%만이 이런 표현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계 중에서는 41%가 자신을 ‘인도인’이라고만 소개한다고 한다. 이들은 ‘인도계 미국인’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국계’ 혹은 ‘한국계 미국인’ 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한인은 총 66%로 자신의 뿌리를 드러내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퓨리서치 제공
미국에 얼마나 오래 거주했는지에 따라서도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한국계 미국인’과 같은 표현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보다는 한국에서 살다가 중간에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1세대가 더 자주 쓴다고 퓨리서치는 전했다.
또 미국에서 20년 이상 거주한 아시아계 59%가 자신을 소개할 때 어떤 식으로든 ‘미국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반면, 거주 기간 10년 이하일 경우 17%만이 ‘미국인’ 표현을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아시아계에서 드러난 공통점도 있었다.
응답자 90%가 미 대륙 내 여러 민족은 각자의 다양한 문화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비아시아인은 자신을 단순한 ‘아시아인’으로 볼 것이라고 답한 비율도 60%에 달했다. 20%는 편견이나 차별을 우려해 자신의 뿌리를 숨긴 적이 있다고도 답했다.
비아시아계가 정체성을 질문할 경우, 상대방이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차별적인 생각을 줄 수 있어 숨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아시안 응답자의 20%가 숨긴다고 답했으며, 이중 한인은 25%로 가장 높았다.
응답자의 20%가 비아시아계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며, 그 비율이 한인은 2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퓨리서치센터 제공
연합뉴스, 애틀랜타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