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재융자 꺼려 자금난 심화 악순환
대출 10% 연내 만기…전국서 가장 높아
상업용 부동산 중 오피스 건물의 재정난이 심각한 실정이다.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 상환 압박이 커지고 있으나 은행들이 재융자나 대출 조건을 강화하고 있고,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택근무 등으로 공실률이 늘어나면서 지불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어 파산 직전으로 내몰리는 건물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오래된 건물일수록 임대율을 높이기 위해선 보수가 불가피 한데, 은행이 대출을 꺼리고 있어 건물 평가액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자금 융통이 더욱 어려워 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애틀랜타 비즈니스 크로니클은 이 같은 추세가 전국적인 현상이어서 애틀랜타 시장도 예외가 아니라고 11일 보도했다.
부동산 업체 CBRE의 크리스 레더맨 글로벌담당 사장은 오는 2025년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상업용 부동산 부채가 전국적으로 1조5000억 달러에 이른다며 “건물주가 상환 압력을 받고 있지만 공실률이 낮은 사무실 건물은 담보가치가 떨어져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지역의 경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오피스 빌딩 채무는 6억2500만 달러로 대출 총액의 10%가 넘는다. 시장조사 회사 커머셜에지에 따르면 이 비율은 대도시 가운데 가장 크다. 사무실 임대료 연체율도 7%로 전국 평균의 3배나 된다. 애틀랜타의 전체 공실률은 23%다.
애틀랜타 오피스 건물 시장의 붕괴 조짐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운타운의 랜드마크 빌딩인 피치트리 센터내 6개 타워와 쇼핑몰은 지난해 9월 은행에 압류됐다. 2008년 경기침체 이후 가장 큰 압류 물건이다.
OA매니지먼트가 소유한 브룩사이드 파크 2층짜리 사무실도 1190만 달러 융자금을 상환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갔다. 설립자 스티브 버만은 “이자율은 두 배, 보수비용은 세 배가 오른 반면 임대율은 팬데믹으로 크게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부실 부동산 전문가 헨리 로버는 “조달 금리는 두 배로 올랐는데, 임대료는 그렇게 올릴 수 없으니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2008년과 같은 바닥을 향해 가고 있는 걸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정타를 안겨준 것은 14개월이나 연속된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2022년 3월 이후 기준금리가 5% 포인트나 올라 건물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갔다. 임대료는 3월말 현재 스퀘어피트(sqft)당 30.40 달러. 팬데믹 이전 2020년 1분기보다 고작 4% 오른 수준이다.
CBRE는 같은 오피스 건물이라도 신축 건물(클래스 A)은 비교적 공실률이 낮아 큰 문제가 없지만 오래된 건물(클래스 B)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가운데 최근 일부 은행들의 파산으로 인해 지불준비금을 높이기 위해 대출에 신중을 기하는 추세여서 이래 저래 건물주들의 재정난은 불가피해 보인다.
토머스 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