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적게 먹어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이 건강한 노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배고픔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노화를 늦출 수도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의과대학에 따르면 스콧 플레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초파리(Drosophila)를 허기지게 만든 뒤 수명과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음식을 삼키지 않더라도 맛과 향만으로 절식의 수명 연장 효과가 사라진다는 점을 입증한 앞선 연구 결과에 착안해 음식을 찾도록 자극하는 뇌의 변화가 수명 연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들여다보게 됐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먹이를 조절하거나 관련 뇌신경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배고픔을 느끼게 했다.
우선 20시간 동안 아무런 먹이도 주지 않다가 필수아미노산인 류신과 이소류신, 발린 등 ‘가지사슬아미노산'(BCAA)의 양을 달리한 먹이를 3시간가량 주고 당과 이스트(효모균) 먹이를 마음대로 먹게 했다. 먹이 내 BCAA 양이 줄면 초파리는 물론 포유류에서도 단백질 욕구가 늘고 수명이 늘어난다는 기존 연구 결과가 있어 이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BCAA가 적은 먹이를 섭취한 초파리는 BCAA가 많은 먹이를 제공받은 개체와 달리 당보다는 이스트 먹이를 더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초파리가 당보다 이스트 먹이를 선호하는 것이 필요에 기반한 배고픔을 나타내는 것이라면서 이들 초파리가 더 많은 먹이와 칼로리를 섭취하고 수명도 더 길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광유전학 기술로 초파리를 붉은색 빛에 노출해 ‘기아욕구'(hunger drive)와 관련된 뇌신경을 활성화하는 방법도 활용했다.
신경 활성화로 배고픔을 느끼고 먹이를 취하려는 충동을 갖게된 초파리는 빛 자극이 없었던 다른 초파리의 두 배에 달하는 먹이를 섭취했으며, 수명도 훨씬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저자인 크리스티 위버 박사는 이와 관련. “초파리에게 채울 수 없는 형태의 배고픔을 만들어낸 것 같았으며, 이를 통해 초파리는 더 오래 살았다”고 했다.
연구팀은 관련 신경의 후성유전체에 변화를 가져오는 분자역학도 규명했는데, 이런 변화는 초파리의 뇌에서 특정 유전자가 얼마나 발현될지에 영향을 미쳐 궁극에는 먹이 행동과 노화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제시됐다.
플레처 박사는 “우리는 다른 연구원들이 여러해에 걸쳐 매달려온 모든 영양학적 방법으로부터 (절식의 수명연장 효과를) 분리했다”면서 “음식이 충분치 않다는 지각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하는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다른 종에서도 초파리에게서 발견된 메커니즘이 기아욕구를 조절할 것으로 기대할 모든 이유가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초파리와 인간이 공동적으로 가진 먹는 즐거움이 수명과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를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