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앨리’로 불리는 뉴욕의 벤처 생태계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창업자들이 한자리에 뭉쳤다.
한국계 스타트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에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이 된 헬스케어 회사 ‘눔'(Noom)의 맨해튼 본사에서 12일 저녁 열린 ‘뉴욕의 한인 기업가들’ 행사가 그 자리였다.
정세주 눔 대표가 주뉴욕총영사관, 무역협회와 함께 개최한 이 행사에는 첨단 기술은 물론 레스토랑, 디자인, 교육, 벤처캐피털 등 각 분야를 대표하며 뉴욕에서 ‘잘 나가는’ 한국계 기업인이 100명 가까이 모였다.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순위에서 미국 내 1위(전체 33위)에 오른 고급 한식당 ‘아토믹스’를 이끄는 박정은 공동창업자는 “뉴욕의 랜드마크인 록펠러센터 오너가 저희한테 연락해 한식 레스토랑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10년 전이었다면 아마 일식이나 중식으로 했을 것”이라며 한식의 높아진 위상을 전했다.
박씨는 남편 박정현 셰프와 함께 아토믹스와 아토보이를 뉴욕에서 성공시킨 데 이어 지난해 말 록펠러센터에 ‘나로’를 열었고 최근 4번째 식당도 오픈했다.
아토믹스는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뉴욕 100대 레스토랑 2위에 올랐고, 나로도 NYT가 지난 3일 대서특필했다.
‘뉴욕의 한인 기업가들’ 행사에서 발언하는 박정은 아토믹스 공동창업자
암모니아 기반 청정에너지 기업 ‘아모지’의 우성훈 창업자는 암모니아를 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로 창업 2년 반 만에 아마존, 아람코, SK 등 굴지의 기업들로부터 총 2억2천만달러를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우 대표는 “올해 1월 암모니아로 움직이는 세미트럭을 내놨고 4∼5개월 안에 암모니아로 동작하는 선박을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우리의 기술이 적용되면 204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방출을 10%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의 한인 기업가들’ 행사에서 발언하는 ‘아모지’의 우성훈 창업자
메타버스 플랫폼 ‘스페이셜’의 이진하 창업자, 아바타와 사람이 옷을 입어볼 수 있는 디지털 웨어러블 기술 개발사 ‘에이폼’의 정세준 창업자, 인터랙티브 미디어 플랫폼 ‘모멘티’의 에디 송 공동창업자, 교육 스타트업 ‘노리’의 서필원 대표, 스마트 진료 플랫폼 ‘닥터히어’의 김기환 대표도 각자의 사업과 성공담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를 주도한 정세주 눔 대표는 서부 실리콘밸리의 한인 창업자 모임인 ’82스타트업’과 비슷한 한국계 창업자 커뮤니티를 뉴욕에서도 발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대표는 오는 8월 구글 뉴욕 캠퍼스에서 “한인 창업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려고 한다”며 18년 전 맨손으로 뉴욕에 건너와 미국인 58%가 인지하는 헬스케어 브랜드를 일군 과정을 전한 뒤 “뉴욕은 기회의 땅이란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82스타트업’을 주도한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보면 미국 회사인지 인도 회사인지 모를 정도로 인도인들이 많은데 한국인들은 서로 잘 돕지 않는다”면서 “지금 한국만큼 전 세계에 영향을 주는 나라가 얼마 없다. K드라마, K뷰티, K푸드에 이어 다음은 K스타트업 차례”라고 자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