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태닉 전문가 “추측 아닌 증거 기반해 연구할 기회”
1912년 4월 14일 북대서양에서 타이태닉호가 침몰하던 날, 이 비운의 여객선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해저 약 4천m에 100년 넘게 가라앉아 있는 타이태닉호의 전체 모습이 최근 실물 크기의 3D 이미지로 처음 공개되면서 사고의 진실에 한발 다가설 수 있게 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17일 보도했다.
타이태닉호를 둘러싼 탐사는 1985년 심해에서 배가 처음 발견된 이래 광범위하게 진행돼 왔다.
그러나 선체가 너무 큰 데다 심해엔 빛이 닿지 않아 일반 카메라로는 부식돼가는 배의 일부분만 겨우 촬영할 수 있었다.
3D 스캔 기술은 이런 한계를 벗어나게 했다.
심해 지도 제작 업체인 마젤란 사와 이 탐사 프로젝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인 애틀랜틱 프로덕션은 지난해 여름 200시간에 걸쳐 타이태닉호를 스캔했다.
전문가들이 원격 제어한 잠수정이 심해 모든 각도에서 70만개 이상의 이미지를 촬영한 뒤 3D 이미지로 타이태닉호의 실물 모습을 정확히 구현해 냈다.
3D 이미지상의 타이태닉호는 선수(船首)와 선미(船尾)로 쪼개져 약 800m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고, 선체 주변엔 잔햇더미가 쌓여있다.
철골 구조물이 처참하게 휜 선미 부분. 마젤란사 홈페이지 캡처
타이태닉호의 처참한 세부 모습들도 볼 수 있다.
녹 덩어리들로 뒤덮인 선수, 갑판 오른쪽의 큰 구멍, 선미의 철골 구조물이 엿가락처럼 휜 모습은 사고 당시의 충격과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변 잔해에선 여객선의 내부를 화려하게 꾸몄을 금속 공예품과 조각상, 마개를 따지 않은 샴페인 병도 발견됐다. 주인 잃은 신발들도 쓸쓸히 그 자리에 남아있다.
탐사 계획을 주도한 마젤란 사의 게르하르트 세이퍼트는 “이번 탐사가 그동안 수행한 수중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라며 “수심 4천m 자체로 어려운 도전인데 현장엔 해류도 있다. 또 난파선을 훼손하지 않으려면 무엇도 건드려선 안 됐다”고 설명했다.
수년간 타이태닉호를 연구해 온 파크스 스티븐슨은 BBC에 “잠수정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타이태닉호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놀랐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타이태닉호 사고를 ‘추측’이 아닌 ‘증거’에 기반해 연구할 중요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타이태닉호가 정확히 어떤 형태로 빙산에 부딪힌 건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3D 이미지를 연구하면 1912년 그 운명적인 밤에 타이태닉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선미 부분을 연구하면 배가 해저에 어떤 식으로 부딪혔는지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해지도 제작 업체 마젤란사가 만들어낸 타이타닉호 3D 이미지. 마젤란사 홈페이지 캡처
건조 당시 최고의 호화 여객선이었던 타이태닉호는 1912년 첫 항해에 나섰다가 빙하에 부딪혀 침몰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다.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의 지휘로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출발해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이 배가 침몰하면서 승객 2천224명 중 1천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타이태닉호 잔해는 캐나다 뉴펀들랜드 해안에서 남쪽으로 약 600㎞ 떨어진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 2012년 유네스코 수중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