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로스쿨에 재학중이었을 때 1학년생 가운데 여학생이 있었다. 예쁘고 똑똑하고 모두가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학기가 바뀔수록 이 학생의 외모가 변했다. 머리도 짧게 깎고 체구도 건장해지더니 1년이 지나니 마침내 수염이 나면서 씩씩하고 멋진 남자가 됐다. 흔히들 말하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이었다.
이 학생은 공부도 잘해서 나중에 로스쿨 졸업후 필자를 비롯한 동급생들이 변호사 시험을 준비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학생은 변호사가 되어 현재 대형 로펌에서 근무중인데, 지금도 동료들이 좋아하는 변호사다.
이제 성전환자는 더 이상 신기하거나 보기힘든 존재가 아니다. 한국에도 하리수 등 성전환 연예인이 있고, 미국에도 유명 선수 카일리 제너, ‘인셉션’에 출연한 영화배우 엘리엇 페이지(이전 이름 앨런 페이지) 등의 이야기를 언론에서 접할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법상으로 볼 때 성전환자들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플로리다, 조지아,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등 다양한 주, 특히 남부 주에서 성전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 트랜스 법안 추적(Trans Legislation Tracker)에 따르면 2023년 한해동안 500여개 이상의 성전환자의 권리 제한법(Anti-Trans Laws)이 발의되었고 이중 70개가 통과되었다. 성전환자의 스포츠 출전 금지, 공립교육에서 성소수자 교육 금지 등 차원을 넘어선 법도 나오고 있다.
이런 법안에 앞장서는 주는 플로리다이다.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 대권주자를 꿈꾸고 있는 론 드샌티스 주지사가 보수 표심을 노리고 다양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그는 최근 청소년 성전환수술 및 의료서비스 금지 법안에 서명하고 아동에게 성전환 수술을 하는 의사는 법적으로 처벌하겠다고 공언했다.
플로리다 보건부는 트랜스젠터에게 메디케이드 적용을 금지했다. 텍사스주와 조지아주 역시 청소년의 성전환 수술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계 텍사스 주의원 진 우(Gene Wu)는 “일부 정치인들은 상습적으로 소수계 집단을 표적으로 삼고 공격하는 일이 있다”며 “중국계 미국인들도 한때 탄압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주장한다. 그는 동료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간섭받을 일이 아니다. 내 몸을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비영리단체 평등한 플로리다(Equality Florida)의 나딘 스미스(Nadine Smith) 소장은 보수 정치인들이 결혼 평등권이나 동성결혼에 이어 다음 표적으로 삼은 것이 성전환자라고 지적한다.
그는 “지지자들이 놀라고 겁먹어서 뭉치기 위해 보수파는 새로운 표적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개인의 건강 및 치료에 관한 권리를 정부가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법이 통과됨에 따라 플로리다주의 성소수자 인구 130만명과 30만명의 청소년이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전환 청소년 평등재단(Trans Youth Equality Foundation)은 성전환자 권리 제한법을 통과시킨 주에서 이사하려는 성소수자 가족들에게 이사비 3000달러를 지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직도 성전환자에 대한 거부감이나 낯선 감정을 가진 한인들도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넓은 땅이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공존하며 나라를 발전시켜왔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흑인을 시작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 등의 소수자들의 인권을 존중해온 것이다. 성전환자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소수작들이다. 그들에게 편견을 갖기보다는 지켜보고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