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하이킹은 ‘힐링 코스’
낚시·뱃놀이 명소로도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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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도 대서양 쪽으로 아름다운 바다와 섬들이 많다. 하지만 애틀랜타 근처엔 바다가 없다. 가장 가까운 바다가 사바나다. 차로 4시간은 달려가야 한다. 워낙 멀다 보니 바다에서의 물놀이, 뱃놀이는 여간해선 힘들다.
그래서 대안으로 찾아가는 곳이 호수다. 배 띄우고 수영하고 낚시하며 놀 수 있는 멋진 호수들은 곳곳에 있다.
애틀랜타 근교에서 가장 유명한 호수는 레이크 레이니어(Lake Lanier)다. 호수 넓이가 3만 8542에이커에 이르고 호수 전체 둘레(호안선)는 692마일에 이른다. 매년 800만 명이 찾는다.
또 하나 유명한 호수는 레이크 알라투나(Lake Allatoona)다. 레이니어 호수보다는 작지만, 애틀랜타 인근에선 두 번째로 큰 호수다. 넓이는 1만 2000에이커, 호안선은 270마일이나 된다.
안개 자욱한 알라투나 호수. 레드 탑 마운틴 주립공원으로 진입하는 다리다.
최근 인터넷 매체 인사이더가 주별로 가장 아름다운 호수를 선정했는데, 레이크 알라투나는 조지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뽑혔다. 조지아 호수들은 대체로 물빛이 탁한데 이곳은 상대적으로 물이 맑고 투명해 더 점수를 얻지 않았나 싶다.
알라투나 호수는 애틀랜타에서 북쪽으로 30마일 정도 거리에 있다. I-75번 고속도로에서 멀지 않아 접근성도 좋다. 한인 밀집지역인 둘루스에선 한 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다.
알라투나 호수 속 작은 섬
호수 주변 지역은 미 육군 공병대에서 관리하지만 민간에 개방돼 있는 곳이 많다. 카운티나 인근 시에서 관할하는 9개의 주변 공원과 배를 띄울 수 있는 선착장 캠프장이 그런 곳들이다. 방문객 많기로 유명한 레드 탑 마운틴 주립공원도 알라투나 호수에 깃들어 있다.
알라투나 호수에서 젊은이들이 선상 파티를 즐기고 있다.
알라투나 호수는 에토와강(Etowah River)에 수력발전과 홍수 조절을 위한 다목적 댐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댐 건설은 1941년부터 계획됐고 1949년에 완공됐다. 댐이 만들어지자 이전에 있던 알라투나 마을은 물이 채워지면서 물속에 잠겼다.
에토와강. 알라투나 댐에서 흘러내린 강물이 흐르고 있다.
알라투나라는 말은 체로키 원주민 언어로 값어치 높은 고지대를 뜻한다는데 정작 마을은 물 아래로 잠겼으니 믿기지 않는 아이러니다. 가뭄이 들어 수위가 낮아지면 지금도 옛날 도로와 집의 잔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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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를 다녀 보면 물 있는 곳엔 어디든 낚시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알라투나 호수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주말 알라투나 호수를 찾았을 때도 이른 아침인데도 물가에서, 혹은 배를 띄우고 여기저기서 낚싯대를 드리운 모습들이 보였다.
마침 한 청년이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 올리기에 다가가 무슨 고기냐고 물었다. 블루길이란다. 그리곤 배스도 곧잘 잡힌다며 노란 통을 열어 보여주었다. 통 안엔 아기 손바닥만 한 작은 물고기 서너 마리가 살아 헤엄치고 있었다.
알라투나 호수의 낚시꾼
얼마 전 알라투나 호수에서 8파운드가 넘는 대형 큰 입 배스가 잡혔다는 기사와 사진을 애틀랜타 중앙일보에서 읽은 기억이 났다. 큰 입 배스는 20파운드 이상까지 자란다며 조지아 동물자원보호국이 녀석에게 추적용 마이크로 태그를 달아 다시 놓아주었다는 보도였다.
미국 부호들은 너나없이 물가 집을 선호하고, 요트나 보트에 열광한다. 그만큼 물놀이, 뱃놀이가 재미나는 일이어서 일 것이다. 레이크 레이니어도 그랬는데 이곳 알라투나 호수에서도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단체로 선상 파티를 즐기는 유람선들이 꽤 보였다. 자그마한 배에 가족끼리 오붓하게 뱃놀이를 하거나, 두세 명이 탄 낚싯배도 있었다. 잔잔한 물결, 솔솔 부는 바람, 그리고 천하태평 세월 낚기…신선놀음이 따로 없어 보였다.
우리 선조들도 선유(船遊)니 주유(舟遊)니 해서 뱃놀이를 꽤 즐겼다. 조선시대 양반 관료들이 수시로 강이나 바다에 배를 띄워 먹고 마시며 연안의 경치를 감상했다는 기록이나 그림도 꽤 남아있다. 그들은 배를 타고 즉흥시 짓기를 하거나 악공과 기녀들을 동반해 춤과 음악에 탐닉했다.
먹고 살기 바빴던 백성들에겐 언감생심이었겠지만 서민들 역시 기회가 닿으면 나름대로 뱃놀이를 즐겼다. 특히 삼복 철엔 배 띄워 낚시하고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이나 어죽을 끓여 함께 먹었다고 하니 사람 마음 똑같고, 물 있는 곳 풍류는 빈부귀천 따로 없었던 것 같다.
요즘은 다양한 종류의 배를 빌려주는 곳도 많은데 알라투나 호수에도 그런 곳이 여럿 있다. 레드 탑 주립공원 내에 있는 파크 마리나(Park Marina)도 그중 한 곳이다.
알라투나 호수 파크 마리나 선착장. 레저용 보트를 보관, 판매, 대여하는 곳이다.
호기심에 들러봤더니 2명부터 최대 22명까지 탈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대여용 보트가 있었다. 가격은 가장 싼 것이 8명이 탈 수 있는 20피트짜리 유람선으로 4시간 빌리는 데 249달러+택스. 유람선을 몰려면 25세 이상이어야 하고 지정 교육업체에서 간단한 선박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혹시 이용할 기회가 있을까 싶어 업체 직원이 건네준 브로슈어와 명함을 잘 챙겨두었다.
알라투나 호수에서 빌릴 수 있는 각종 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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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탑 마운틴 공원(Red Top Mountain State park))은 삼면이 호수에 접한 1776에이커 크기의 작은 반도다. 바토우 카운티(Bartow County) 에 속하며 인접 도시는 카터스빌(Cartersville)이다. 레드 탑(붉은 꼭대기)이라는 이름은 이 지역 토양에 철분이 많아 붉은 색을 띠고 있다는 데서 유래했다. 한 때 이 지역에는 철광석을 캐는 광산도 있었다고 한다.
레드 탑 마운틴 주립공원
이해가 잘 안 되는 것도 있다. 레드 탑 마운틴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산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봉우리도 없고 골짜기도 없고 그냥 조지아의 다른 여느 트레일처럼 호숫가 숲인데 왜 마운틴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기록상으로는 이 산(?)의 최고 높은 지점은 해발 1060피트(323m)라고 나오는데 실제 가 보니 찻길 옆의 약간 높직한 구릉이었다. 위치는 공원 방문자센터에서 파크 마리나로 가다가 카티지 로드와 갈라지는 삼거리 부근에 있다.
레드 탑 마운틴 주립공원 방문자센터
낚시도 좋고 뱃놀이도 좋지만 알라투나 호수를 즐기기엔 역시 땅 밟으며 걷는 게 제일이다. 하이킹은 레드 탑 마운틴 주립공원내 15마일에 이르는 여러 트레일을 이용하면 된다.
가장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하이킹 코스는 방문자센터 뒤편의 레이크사이드 트레일(Lakeside Trail)이다. 0.75마일의 짧은 구간으로 휠체어나 유모차도 갈 수 있도록 포장이 되어 있다. 호수 기슭을 따라 이어진 조붓한 숲길이 앙증맞고, 중간중간 벤치나 테이블이 있어 가족 단위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좋다. 140여 년 전에 지어진 조지아 농가 오두막집(Vaughan Cabin)도 볼거리다.
레이크사이드 트레일
19세기 농가 모습. 레이크사이드 트레일에 있다.
파크 마리나 인근 호숫가로 뻗어있는 홈스테드 트레일(Homestead Trail)도 하이커들이 즐겨 찾는 코스다. 전체 길이는 5.5마일이며 호수 쪽 3.5마일은 물가를 따라 도는 둘레길(loop)이다. 트레일 표시는 노란색이다. 시작점은 공원 초입에 있는 작은 가게, 트레이딩 포스트 옆에 있다. 공원 방문자 센터에 차를 대고 스위트 검 트레일을 경유해 홈스테드 트레일에 합류할 수도 있다.
트레이딩 포스트. 비지터센터로 가기 전에 있다. 홈스테드 트레일의 출발점이다.
이 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하이킹 코스는 아이언 힐 트레일(Iron Hill Trail)이다. 3.9마일의 둘레길로 파란색 표시를 따라 호수와 울창한 숲속을 걷다 보면 처음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온다.
파란색 표시의 아이언 힐 트레일. 나무 뒤로 호수가 보이고 왼쪽 트레일 바닥은 작은 자갈이 깔려 있다.
트레일 대부분이 작은 자갈이 깔려 있어 사그락사그락 땅 밟는 촉감도 좋다. 1시간 반 정도 느긋하게 걷다 보면 심신이 저절로 맑아지는 전형적인 ‘힐링 코스’라 할 수 있다.
아이언 힐 트레일. 레드 탑 마운틴 주립공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트레일이다.
트레일 시작점은 2곳인데 모두 방문자센터와는 제법 떨어진 곳에 있어 공원 지도를 보고 잘 찾아가야 한다. 하나는 캠프 사이트가 모여 있는 곳에 있고, 공원 동쪽 출입구 가까운 레드 탑 마운틴 로드 근처에도 트레일헤드가 있다.
# 메모
공원 출입구는 동과 서 두 곳이다. I-75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278번 출구에서 나오면 2번 동쪽 출입구로 들어가고, 좀 더 올라가 285번 출구로 나오면 서쪽 1번 출입구에 이른다. 1번 서쪽 출입구 쪽이 경치가 더 좋다. 산장, 유르트, 캠프장, 피크닉 셸터 등 놀고 쉴 수 있는 시설을 예약하면 이용할 수 있다. 입장료는 차량당 5달러. 조지아 공원 연간 패스(50달러)를 사면 1년간 무제한 출입가능하다.
공원 지도
▶방문자센터 주소 : 50 Lodge Road SE, Cartersville, GA 30102
글·사진=이종호 애틀랜타중앙일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