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합병 마무리 어려울듯
슬롯 일부 반납 불가피할 수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가 마지막 관문인 유럽연합(EU)·미국발 난기류를 만났다.
양사 합병이 자국 내 항공산업 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대한항공은 적극적인 시정조치와 당국 설득을 통해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와 미국 경쟁당국은 최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에 대해 잇따라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EU 집행위원회는 합병 시 유럽 노선에서 승객·화물 운송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심사보고서(SO)를 통보했다. 집행위는 대한항공의 SO 답변서와 시정조치 방안 등을 종합해 오는 8월 3일까지 합병 승인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여기에 미 법무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의 보도가 18일 나왔다. 역시 합병 시 운송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다만 소송 제기 여부는 미정이며, 결정이 임박한 것도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합병을 위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 주요 14개국 중 한국을 포함해 11개국의 관문을 넘은 상황인데, 막바지 난관에 부닥친 모양새다.
합병 이후 출범할 통합 항공사가 독점적인 지위로 시장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EU와 미국의 우려를 불식하려면 대한항공이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다른 항공사에 넘기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올해 초 영국 경쟁당국은 합병 승인 조건으로 대한항공이 런던 히스로 공항의 최대 주 7개 슬롯을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겨주도록 했다. 현재 대한항공이 주 10개, 아시아나가 7개 슬롯을 보유 중인데, 합병 이후 아시아나 슬롯을 모두 이전하라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럽과 미국에서도 외항사에 주요 공항과 인천국제공항 슬롯을 넘겨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의 합병으로 국적항공사의 운항 횟수가 줄어들면서 국가 항공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백만달러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해외 공항 슬롯을 외항사에 넘겨주게 된다면 우리나라 항공 경쟁력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외항사뿐 아니라 국내 항공사도 슬롯을 넘겨받을 수도 있다. 대한항공은 취항 가능성이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등과도 협의 중이다. 국내외 경쟁당국이 슬롯 이전을 통해 기존 경쟁환경을 복원토록 하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시정조치라는 것이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2월 조건부 승인을 하며 ‘강력한 시정조치’를 이미 했다는 점을 내세워 EU와 미국 당국에 추가적인 독점 완화 조처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칠 계획이다.
공정위는 양 항공기업의 결합을 승인하되, ‘거대 항공사’ 탄생으로 운임 인상이 우려되는 뉴욕, 파리, 제주 등 일부 노선에 대해서는 슬롯과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을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고 운임 인상은 제한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대한항공은 또 유럽과 로스앤젤레스(LA),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노선에서 신규 항공사들이 계속 진입한다는 점 등을 들어 경쟁환경을 복원할 수 있다며 경쟁당국을 설득할 방침이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LCC와 대형항공사(FSC)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항공사를 표방하는 에어프레미아가 지난해 10월 LA 노선에 취항한 데 이어 뉴욕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도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도 슬롯 재배분을 염두에 두고 영국 런던과 LA, 뉴욕 등을 운항할 중대형기를 도입할 방침이다.
합병 결론 시점은 EU와 미국의 견제로 인해 다소 밀릴 공산이 크다.
당초 업계에서는 합병이 올해 하반기면 성사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으나, 현시점에서는 ‘빨라야 내년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합병이 끝내 무산될 수 있다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EU와 미국은 모두 기업결합 ‘필수 신고국’이라서 하나라도 승인하지 않으면 나머지 국가의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통합 항공사 출범은 불가능해진다. 다른 필수 신고국인 일본은 EU와 미국 결정을 참고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