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최근 아프간 출신 망명자들을 위한 무료 이민 클리닉에서 봉사한 적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미군의 아프간 철수 이후 미국에 도착한 아프간 출신자들에 대해 한시적으로 체류 허용 및 워크퍼밋을 허용한다. 아버지부터 10대소녀, 대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은 여러개 나라를 걸쳐 미국으로 도착해 망명을 신청했음을 알수 있었다.
최근 몇년간 전세계가 국경난민(refugee)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미국-멕시코 국경에서는 중남부 라틴 아메리카에서 몰려온 캐러밴이 미국 국경을 넘어 망명을 신청하려 안간힘을 썼다. 이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베네주엘라 사람들은 7백만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은 콜롬비아, 페루 등으로 이동하며 미국 이민을 꿈꾼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거대한 국경장벽을 세워 불법 이민자들을 막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은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내전, 이라크 전쟁, 시리아 전쟁, 가뭄으로 인해 온가족을 이끌고 무작정 유럽으로 향하는 망명자들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서방 국가로 가려다 배가 뒤집혀 죽거나, 트럭, 컨테이너 등에서 사망하거나, 불법이민 알선업자에게 팔려가는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지난해 유럽대륙이 받아들인 망명 신청자 숫자만 1백만명에 달한다. 망명 신청자는 시리아, 아프간부터 콜롬비아, 베네주엘라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지난해 터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4백만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유럽으로 망명을 신청한 상태다.
위의 사례처럼 망명자들은 단순히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의 국경을 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 국경을 넘나든다. 이민정책연구소 국제프로그램(Migration Policy Institute’s International Program)의 수잔 프라츠케(Susan Fratzke) 수석연구원은 “문제는 이들 망명 신청자들이 합법적으로 체류신분을 얻을 길이 많지 않다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서방 국가들은 인도적 망명자보다 숙련기술직의 이민을 우선시한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이들 망명자들은 대부분 기후변화로 인한 흉작과 그에 따른 경제난과 정치적 불안으로 망명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국경에 몰려드는 남미 망명 신청자들의 상당수가 정치적 망명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그 속을 뜯어보면 무분별한 난개발과 ‘엘니뇨’ (El Niño)등 극단적 기후변화로 정착지를 잃고 조국의 정치적 불안 때문에 망명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은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흉작, 식량부족, 경제난이 심각해지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 따르면 매년 2300만명이 기후변화 및 기상 문제로 삶의 터전을 잃고 이동한다. 비영리단체 기후변화 망명자(Climate Refugees) 아말리 타워(Amali Tower) 소장은 “국경 난민들의 80-90%는 기후변화와 관련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기후변화를 이유로 망명 이민을 신청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1951년 난민협약(1951 Refugee Convention)은 인종, 종교, 정치적 이유로 망명 이민을 허용하고 있으나 기후변화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도 주거지 황폐화에 따른 망명신청자들을 ‘경제적 난민’이라고 부르면서도 망명비자를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망명 이민자들에게 적대적인 미국과 유럽의 정치적 분위기는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플로리다대(University of Florida) 정치학과 앤드류 로젠버그(Andrew Rosenberg) 교수는 “서방의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반이민 정서를 이용하고 있어, 앞으로도 법적 해결방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이며, 각국은 국경봉쇄를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잡한 법적 문제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국제적 난민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UC버클리(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후세인 아야지(Hossein Ayazi) 연구원은 “난민 이민자 문제는 정치적 해결방안과 함께 기후변화 해결 두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를 늦추고 저개발 국가 주민들의 고향 정착을 도운다면 전세계적 망명신청자들의 숫자가 줄어들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우리가 사는 미국의 초기 이민자들도 기후변화로 인한 망명자들이었다.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은 18세기말 아일랜드 대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왔고, 같은 시기 중국계 이민자들도 가뭄으로 인한 흉작으로 청나라를 떠나 미국으로 정착했다. 그 당시만 해도 가뭄과 홍수에 대한 해결 방안이 없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기후변화 실태에 대해 연구하고 해결방안도 알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우리로서는 앞으로 정부 정책 결정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지 유심이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