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병에 담긴 물에서 mL당 1억 개가 넘는 나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나노플라스틱은 지름이 1㎛(마이크로미터, 1000분의 1㎜)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과 중국 난카이 대학, 벨기에 헨트 대학 등 국제연구팀은 최근 생수 속의 나노플라스틱 농도를 측정한 논문을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노르웨이 시중에 유통되는 4개 브랜드의 페트병 포장 생수 제품을 구매해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생수 시료를 유리 섬유 필터 여과막(구멍 지름 100㎚(나노미터, 100㎚=0.1㎛))으로 여과한 뒤 여과막을 통과한 물을 분석했다.
또, 여과막에 걸린 나노플라스틱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다.
분석 결과, 시료 1mL에는 나노플라스틱이 평균 1억6600만 개가 들어 있었다. 나노플라스틱의 평균 크기는 88.2nm였다.
성인의 경우 하루 2L, 어린이는 하루 1L의 물을 마신다고 했을 때, 성인은 연간 120조 개, 어린이는 연간 54조 개의 나노플라스틱을 물을 통해 섭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미세플라스틱 섭취 수준보다 훨씬 숫자가 많은 편이다.
크기가 1㎛ 이상이고 5㎜ 이하인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생수 1mL당 0.1~1만 개가 들어있고, 이를 1년 동안 마셨을 때 어린이는 7만4000개, 성인은 15만 개 정도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시중에서 유통되는 생수병에 존재하는 나노플라스틱은 병 자체가 오염됐을 수도 있지만, 취수원의 오염이나 제품 포장 과정에서도 오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식품용 나일론 봉지나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으로 코팅된 일회용 음료수 컵이 100도의 높은 온도에 노출되면 mL당 10억 개의 나노플라스틱 입자가 방출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 검출을 위해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표면 강화 라만 분광법(Surface-Enhanced Raman spectroscopy, SERS)’을 적용했다.
기존의 방법들은 아주 작은 나노플라스틱을 연구하는 데 부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폴리에틸렌)이 있는 기판 위에 은(銀)과 금(金) 성분을 차례로 증착시켰고, 마지막에 은을 질산으로 녹여내는 방법으로 삼각형의 틈을 가진 기판(triangular cavity arrays, TCA)을 완성했다.
이처럼 표면에 금박이 입혀진 TCA에 생수 시료를 떨어뜨린 후 라만 분광법으로 나노플라스틱 입자를 파악했다.
강찬수(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