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에 앉은 20여명 중 유일한 아시안…롤모델로 후배들에게 좋은 길 터주고 싶어”
조지아텍 출신의 한인 유학생이 애틀랜타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델타항공의 총괄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주인공은 현재 델타의 ‘국제 네트워크 플래닝(Network Planning)’ 부서에서 대서양과 태평양 네트워크를 총괄하고 있으며, 델타 간부급 중 유일한 아시아계 여성인 김주영 디렉터. 델타항공 본사에서 만난 김 디렉터는 네트워크 플래닝을 “항공사 업무의 첫 단계를 쌓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항공사의 네트워크 플래닝 부서는 운항 노선을 관리하는 일을 맡는다. 항공 수요, 세계 정세, 수익, 운용 가능성 등 모든 부분을 고려하고 예측해서 최적의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운항을 늘리면 영업 이익적인 면에서는 좋겠지만, 일정이 타이트해서 제시간에 출발하지 못하는 리스크도 높아지죠. 그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해요.”
김 디렉터는 유학생으로 미국에 와 조지아텍에서 산업공학 학부를 거쳐 운영 분석학(Operations Research) 석사를 마치고 2009년에 델타항공 매출관리 부서에 입사, 올해로 14년차를 맞고 있다. 그는 바닥부터 시작해 지난해 말 매달 간부회의에 참석하는 총괄 디렉터로 승진했다.
그는 “델타에 입사해 운이 좋아 좋은 상사를 만났다”며 “무엇보다도 지루할 틈 없이 다이나믹한 업무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항공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면을 신경 써야 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해나가면서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태평양 노선 제너럴 매니저였던 2020년 초 당시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해 하루에도 몇 번씩 중국 노선을 변경했던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당시 델타의 미국발 중국행 노선이 하루에 6개 있었으나,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스케줄을 쉴 틈 없이 바꿔야 했다. “처음에는 심각성을 알지 못했지만,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중국행 노선을 닫아야 할지 말지를 최대한 빨리 결정해야 했다”며 중국으로 파견된 직원들의 복귀 일정까지 책임지고 마무리 지었다고 설명했다.
국제 항공노선이 하루아침에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행기를 확보하는 것이며, 해외 정부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국제노선 개설은 5~10년이 걸리고, 장기와 단기 계획을 같이 검토해야 한다.
델타항공 본사 내의 항공기 정비소.
항공사에 의하면 델타항공은 현재 전 세계 여러 항공사와 ‘스카이팀’ 파트너를 맺고 175개국, 275개 도시로 운항한다. 델타는 또 인천공항을 주요 아시아 허브로 삼고 대한항공과 ‘조인트 벤처’ 협력을 맺어 아시아 80여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회사 측은 아시아 등 국제노선 확대를 위해 기업 내 다양성 존중을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있다. 김 디렉터는 “여자라서,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조직 내 (유리)천장이 있다고 느끼지 못했다”면서도 간부회의에서 처음으로 위압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테이블에 앉은 20여명 중 아시안은 저 혼자였어요. 여자도 5명이 안 됐죠.”
김 디렉터는 이후 사내 ‘소수계 롤모델’로서 책임감이 생겼다며 “그동안은 나 혼자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여기서 내가 잘해서 다른 직원들을 위해 좋은 길을 터줘야 한다고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사내에서 여성 및 소수인종 직원들의 멘토로서 활약하고 있다.
애틀랜타 한인사회가 성장하면서 델타항공에도 이민 2세 등 한국계 직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델타 또는 항공회사에 취업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김 디렉터는 “아직 미국은 기회의 땅이다. 기회는 언제 올지 모르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며 “관련업계 종사자에게 먼저 다가가서 적극적으로 연락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취재, 사진 / 윤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