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주에 사는 21세 청년 사이먼 알바라도 주니어는 최근 자동차 대리점에서 경정비 기술 견습 과정을 마쳤다. 원래 계획했던 4년제 대학에 진학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진로를 자동차 기술자로 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4년제 대학 등록금이 부담스러워 진학을 미루고 있던 차에 (대리점으로부터) 교육 비용을 지원받고 취업까지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났다”고 말했다.
WSJ은 29일 알바라도처럼 대학에 가지 않고 블루칼라 일자리에 뛰어드는 미국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근 고등학교를 졸업한 16~24세의 대학 진학률은 지난해 62%로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66.2%에서 4.2%포인트 떨어졌다.
이런 현상은 블루칼라 일자리의 증가와 임금 상승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학위를 따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취업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비싼 학비를 부담하며 대학에 진학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레스토랑·테마파크 등 레저·접객업 분야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증가 속도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증가했다. 또 건설·제조·물류업 분야도 구인난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16∼19세 근로자의 실업률은 지난달 9.2%로 70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손이 귀해지면서 블루칼라 일자리의 임금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2019년 4월부터 올 4월 사이 평균 시간당 수입이 전체 근로자는 약 20% 증가한 반면 레저·접객업 근로자는 약 30% 치솟았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레스토랑 종업원의 시간당 임금 중간값은 14달러로 연방정부 최저임금의 거의 두 배에 육박했다. 대학 학위가 필요 없는 대신 견습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일자리의 임금은 더욱 많다. 기계공과 목수의 시간당 임금은 각각 23.32달러, 24.71달러로 전체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중간값(22.26달러)보다 높다.
뉴욕 맨해튼의 한 식당에 구인 공고가 붙어있다. 로이터
대학 대신 견습 과정, 전문대에 몰려
대학을 가지 않는 청년들은 직업 훈련 과정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미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실무를 익히는 견습생의 수는 이전보다 50% 이상 급증했다. 고교를 졸업한 견습생을 두는 직종도 과거 기계·건설 등의 분야에서 최근 은행, 보험, 사이버 보안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공립학교의 관계자는 “대학 진학 대신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거나 견습직에 종사하는 것에 대한 과거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은 요즘 찾아보기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체 대학 진학률은 떨어졌지만, 커뮤니티칼리지에 등록하는 학생 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학생정보연구센터에 따르면 올 봄학기 커뮤니티칼리지의 신규 등록 수는 지난해보다 0.5% 증가했다. 특히 컴퓨터와 정보 과학, 조리 서비스, 기계·수리 기술, 운송 등의 전공 등록자 수가 지난해보다 각각 10% 안팎 증가하는 인기를 끌었다.
4년제보다 등록금이 적고 직업 실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점이 이런 배경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미학생정보연구센터의 더그 샤피로는 악시오스에 “학생들이 점점 더 취업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전공과 프로그램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인 절반 이상이 “학위 가치 없어”
반면 4년제 등록금을 내다 빚은 느는데 학위가 사무직 일자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대학 진학에 대한 회의감이 번지고 있다.
지난 3월 WSJ과 시카고대 여론조사센터(NORC)의 공동 여론조사(1019명 대상) 결과 4년제 학위 취득에 대해 “가치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56%에 달했다. 이 여론조사가 시작된 이래 학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이들은 대체로 “대학 졸업을 할 때 뚜렷한 직업 기술은 없고 대신 갚아야 할 학자금 대출만 있기 때문에 대학은 비용 대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의 학자금 대출 총액은 1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내 이런 분위기는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WSJ은 노동력 고령화와 코로나19 대유행 여파에 따른 이민자 유입 둔화를 고려하면 블루칼라 노동자 수요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인·구직 플랫폼 집리크루터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줄리아 폴락은 WSJ에 “학사 학위 없이도 돈벌이가 괜찮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면 왜 대학에 가서 학위를 얻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임선영(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