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가짜 화폐인 ‘트럼프 달러’를 판매하는 사기 수법이 등장했다.
1일 NBC 방송 등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을 통해 ‘트럼프 달러'(Trump Bucks)로 불리는 가짜 화폐를 구입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달러는 ‘애국 왕조(Patriots Dynasty)’, ‘애국 미래(Patriots Future)’, ‘미국 애국자(USA Patriots)’라는 이름의 업체가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옆모습이 새겨진 동전이나 지폐, 신용카드 등의 형태를 띠고 있다.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것으로 돼 있는 이들 업체는 트럼프 달러를 구입해 ‘트럼프 리베이트 은행 시스템(TRB) 멤버십’에 가입하면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캠페인을 지원하게 된다고 홍보했다.
홍보 문구 중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 통화 개혁을 통해 트럼프 달러를 법정 화폐로 만들 계획이며, 이 경우 구매 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이들 업체는 또한 “트럼프 달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행한 것”이라고 선전하면서 이를 곧바로 100배 넘는 가치의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99.99달러에 판매 중인 ‘1만 트럼프 달러’ 지폐를 JP모건이나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은행과 월마트·코스트코·홈디포 같은 대형 소매점으로 가져가면 1만달러로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소리지만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고 트럼프처럼 부자가 되라’는 홍보 문구에 넘어간 지지자들의 피해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앨라배마의 한 시니어가 온라인으로 구매한 트럼프 달러를 들어보이고 있다. NBC뉴스 웹사이트 화면 캡처.
휴스턴에 거주하는 존 아만(77)은 최근 1년간 트럼프 달러와 다른 물품 2200달러어치를 구입했지만, 지역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꾸려 했다가 거절당하고 나서야 속은 사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플로리다주의 한 여성은 트럼프 열렬한 지지자인 시어머니가 수만달러 상당의 트럼프 달러를 사들였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대변인은 “고객들이 트럼프 달러를 들고 와 현금으로 교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창구에선 이를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달러 사기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속아 넘어간 데에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만든 가짜 영상 광고도 한몫했다.
소셜 미디어에 공유된 한 트럼프 달러 홍보 영상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스 뉴스에서 TRB 시스템 출시를 발표하는 듯한 장면이 담겼다. 이 영상에서는 AI로 위조한 트럼프의 음성이 지지를 호소하면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자”고 말한다.
또 다른 홍보 영상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해 “트럼프 인증서는 농담이 아니라 진짜다. 나는 여기에 100만달러를 쓰고 이번 주에는 트럼프 아이템들을 현금화해 다시 지구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고 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