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계 우대 대학 입학제도인 ‘어퍼머티브 액션’의 위헌 여부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오는 6월로 다가왔다. ‘어퍼머티브 액션’(소수계 우대 정책)이란 역사적으로 차별받거나 교육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흑인 라티노 학생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대학이 대입 전형시 인종을 어느정도 고려하는 것이다.
보수주의자 등은 어퍼머티브 액션이 ‘역차별’ ‘이중잣대’라며 반대하고 있다. 자신들은 열심히 노력해서 높은 시험 점수를 받았는데, 대학이 암묵적으로 흑인과 라티노에게 가산점을 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백인 학생들이 피부색 때문에 공부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 대학생 절대다수가 백인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다.
시민단체 공정한 대학입시를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 SFFA)은 2020년 하버드와 노스캐롤라이나대(UN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단체의 설립자 에드워드 블럼(Edward Blum)은 교묘하게도 백인 학생 대신, 익명의 중국계 이민자 학생을 소송 원고로 제시했다. 이 이민자 학생은 자신이 최고 수준의 GPA와 SAT만점을 받았지만 ‘어퍼머티브 액션’ 때문에 불공평하게 하버드에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소송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으며 이번달 중으로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 여부에 대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블럼의 이같은 ‘불공평’ 주장은 교육열높은 한인 등 일부 아시아계 이민자 학생, 학부모를 자극하고 있다. 필자의 주변에도 “성적이 뛰어난 한인학생 대신, 실력이 떨어지는 흑인, 라티노 학생이 명문대에 간다”고 말하는 한인들을 종종 보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인 이민자 학생이 흑인, 라티노 학생에게 차별받는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본다.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센터(AAAJ)의 존 C 양(John C. Yang) CEO는 “1978년 캘리포니아 대학위원회 대 바키(Regents of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v. Bakke) 판결 이후, 올해 하버드대 아시안 학생 비율이 28%를 차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인 등 아시아 이민자가 미국 인구의 7%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아시안 이민자 학생들은 이미 뛰어난 학업성적으로 명문대에 많이 합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어퍼머티브 액션’이 폐지되면 백인 학생들의 숫자가 늘어나 한인 등 아시안 이민자 학생들의 명문대 입학 기회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한 대만계 이민자 학생은 아시안 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신(Shin)인 성씨를 쉰(Sheen) 씨로 개명신청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보수파가 장악한 연방대법원이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고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토머스 사엔즈(Tomas Saenz) 멕시칸권익보호교육기금(MALDEF) 회장은 “대법원은 (여성의 낙태권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돕스 판결(Dobbs)처럼 어퍼머티브 익션도 위헌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그 결과 소수계 채용, 비판적 인종 이론 교육 등 인종과 관련된 모든 배려사항이 철폐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평등정의협회(EJS)의 인권변호사 리사 홀더(Lisa Holder) 변호사는 “어퍼머티브 액션이 폐지되면 대학은 백인 전용 학교(apartheid schools)가 될 것이며, 유색인종들은 교육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다양한 인종이 공부하는 교육환경이 특정 인종보다 35% 더 생산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지적한다.
흑인, 라티노 학생들이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통하려면, 이른바 ‘레가시 입학’( legacy admissions) 제도 역시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레가시 입학은 부모나 친적이 명문대 출신이면, 자식들도 명문대에 입학할 확률이 높다는 정책이다. 또한 명문대 아버지가 대학에 거액의 기부를 하면 자식들이 명문대에 합격할 확률이 높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비영리단체 대학기회를 위한 캠페인(The Campaign for College Opportunity)의 미쉘 시퀘로스(Michele Siqueiros) 회장은 “레가시 입학처럼 대학 입시 과정에서 부당한 사례가 많은데 그중에 어퍼머티브 액션만 표적으로 삼는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필자 역시 ‘어퍼머티브 액션’은 아직 유지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으로 흑인 등 소수민족이 교육받을 기회를 잡은 것이 60년도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 몇십년 후에 잘 교육받은 흑인들이 많이 나온다면 어퍼머티브 액션을 폐지해도 괜찮을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어퍼머티브 액션’을 폐지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한인 이민자 학생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