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금년 86세 노인으로 현재 라구나우즈 시니어 은퇴촌에 살하고 있다. 근래 하루가 다르게 체력도 현저히 약해지고 기억력도 상당히 감퇴하는 것을 느낀다.
눈이 어두우면 안경을 끼면 되고, 청력이 약해지면 보청기를 사용하면 되고 이빨이 망가지면 치과에 가서 임플란트를 하면 된다. 나도 그렇게 해서 노년의 불편함을 덜면서 그럭저럭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기억력은 무엇으로 대체 가능할까? 아무리 방법을 찾아봐도 도저히 불가하다고 판단되어, 결국 포기하고 살기로 작정했다. 예를 들면 선풍기라는 말을 잊어버려 ‘거시기 바람 만드는 기계’라고 하기도 하고, 또 아침에 먹은 음식이 생각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나는 매일 감사 기도를 드리고 밥을 먹는다. 언젠가는 밥 먹은 사실도 기억 못하지 않을까 생각하면 정말 두렵다.
올해는 뜻밖에도 챗GPT라는 AI(인공지능)가 나타났다. 기억력이 월등하다고들 해서 내 기억력을 대신해 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시험해 보았다.
작년 말 가족이 오랜만에 하와이 여행을 가기로 하고 비행기 티켓을 구입하고 보험까지 들었다. 하지만 내일 일은 한 치도 알 수가 없는 것이 인간인지라 갑자기 집사람이 척추 수술을 하게 되어 불가피하게 여행을 취소해야 했다. 환불 신청을 했으나 차일피일 핑계로 지급을 거부하여 난감했다. 이런 경우는 감독 관청을 찾아가 클레임을 제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소를 알 수가 없었다.
인공지능에게 물었다. 여행 보험을 관장하는 주 보험감독국(Insurance Dept California)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정확히 3초 만에 주소를 보내왔다. 결국 감독 관청의 도움으로 지불했던 비용 전액 6500달러를 환불받았다.
인공지능은 부동산 법률 자문도 해 주었다. 이웃에 살고 있는 지인이 리스 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집 주인이 부당하게 퇴출을 요구했다. 이런 경우는 먼저 부동산 관련 법을 알아야 항의할 수 있어 인공지능에게 물었다. ‘리스가 있는 세입자(Tenant)의 권리’라고 물으니 역시 3초 만에 답이 왔다.
“이럴 경우는 원칙적으로 퇴출요구는 불가하고 단 두 가지만 예외가 있다. 집이 팔렸거나 집 주인이 임대 중인 해당 주택에 거주를 원할 경우다. 이 때도 모든 이사 비용은 집 주인이 부담 해야한다.”
놀라웠다. 인공지능은 잘만 이용하면 우리의 기억력도 보완해주소 이렇게 생활에 도움 된다는 것도 실제로 경험했다.
정요한 / 캘리포니아 라구나우즈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