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아침 뉴욕의 출근길과 등굣길에는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마스크가 다시 등장했다.
대부분의 직장인과 학생들은 여전히 맨얼굴이었지만, 체감상 열 명 중 한 명 이상은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거리로 나선 듯했다.
평소 대기오염 문제가 거의 없는 뉴욕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사그라든 이후 이 정도로 마스크 착용자가 많아진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고개를 들어 뿌연 잿빛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전날 오후부터 캐나다 일대를 뒤덮은 대형 산불의 여파로 뉴욕을 비롯한 미국 동부에서 중서부까지 공기질이 급격히 악화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도심에서 달리기하는 뉴요커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출 직후 허드슨 강에서 바라본 뉴욕. 로이터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밤 뉴욕시 맨해튼의 공기질지수(AQI)는 218까지 치솟았다. 그 당시 전 세계 대도시 중 뉴욕보다 공기질이 나빴던 곳은 인도 뉴델리밖에 없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200을 넘는 수치는 뉴델리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흔하지만, 뉴욕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전날 밤만큼은 아니지만 이날도 AQI가 100을 넘었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의 서울 하늘을 연상시키는 풍경이 펼쳐졌다.
이에 따라 뉴욕시 공립학교들은 “오늘 방과후 활동을 포함해 모든 야외 활동을 제한할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는 공지문을 각 가정에 배포했다.
브루클린 부시위크 지역의 지난 5월 맑은 날 모습과 6월6일 모습. 로이터
뉴욕뿐 아니라 워싱턴DC, 필라델피아 등 동부 주요 도시들은 대부분 소풍과 체육 등 학교 야외 활동을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전날 한때 오렌지빛 연무에 가려졌던 뉴욕의 스카이라인과 자유의 여신상은 이날도 온통 회색빛에 휩싸였고, 워싱턴 모뉴먼트와 필라델피아 미술관 앞 ‘록키 계단’이 뿌연 연기에 둘러싸인 사진도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다.
이들 도시를 포함해 버몬트·사우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캔자스 등 15개 주에서 미세먼지가 위험 수위로 올라간 상태라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기상청(NWS)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야외 운동을 삼갈 것을 권고했고, TV 기상캐스터들은 시정거리가 짧으니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라고 조언했다.
평소 공기가 좋은 미국 동부와 중서부까지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것은 캐나다 동부 퀘벡주 일대를 중심으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산불 현장. 로이터
이날 오전 현재 캐나다 동부와 서부 등 거의 250곳에서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해 퀘벡주와 온타리오주 일부에서 스모그 경보가 발령됐다.
산불로 인한 대기오염은 점점 자주 발생하는 추세다. CNBC는 지난해 9월 발간한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인용, 10년 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산불 연기에 따른 오염을 최근에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정기적으로 노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서부 지역은 기후변화가 초래한 열기와 가뭄, 산불로 인해 미국 내 초미세먼지 수치가 가장 나쁜 지역 상위권에 오르게 만들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