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을 투약했을 때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술이나 담배의 중독 증상까지 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일부 연구진은 이 약물을 이용해 펜타닐 복용 등 마약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CNN방송은 최근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를 성분으로 하는 약물 오젬픽이 당뇨병과 비만 치료뿐 아니라 사람의 중독 행동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체리 퍼거슨이라는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퍼거슨은 11주 전부터 오젬픽을 투여했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체중이 50파운드(약 22.6㎏) 늘자 당뇨 전조 증상이 나타났고, 살을 뺄 목적에서 이 약물을 투여한 것이다. 오젬픽은 최근 미국에서 공급 대란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다.
퍼거슨은 오젬픽 투약 이후 38파운드(약 17㎏)를 뺐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효과도 덤으로 얻었다고 한다. 그는 “수년간 펴왔던 전자담배와 연초가 더는 끌리지 않는다”며 “매우 이상한 기분”이라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퍼거슨은 자신이 술을 덜 마시게 됐다는 것도 알아챘다. 술집에서 축구 경기를 보면 여러 잔의 맥주를 마시던 그였지만, 이제는 한 잔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퍼거슨과 유사한 사례는 여러 차례 보고됐다. 오젬픽 같은 성분(세마글루티드)의 유사 약물을 투약한 후 중독 증상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체중 및 섭식 장애 센터는 세마글루티드 성분이 장기적으로 식욕 등 욕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실제 설치류에 세마글루티드를 투약하자 알코올 섭취가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를 진행한 로렌조 레지오 박사는 “GLP-1 유사체인 세마글루티드 같은 약물은 장뿐만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뇌의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미치면서 술의 보상 효과를 줄여 결국 음주를 덜 하게 만드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NIH은 술과 담배에서 나아가 세마글루티드의 마약 중독 완화 효과도 연구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펜타닐’ 중독을 세마글루티드로 해결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것이다.
다만 이런 원리를 이용해 중독 완화 약물을 만들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오젬픽을 개발한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에서는 관련 연구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코올 중독 치료 등에 대한 약물의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