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은 식이섬유와 비타민, 다양한 파이토케미컬을 함유해 건강식품으로 통한다. 고유의 색·맛·향이 입맛을 돋우고 인체에 유익한 건강 물질을 활성화한다. 그러나 먹을 땐 어느 정도 전략이 필요하다. 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약 혹은 독이 될 수 있어서다. 점점 덥고 습해지는 요즘, 현명한 과일 섭취로 건강을 챙기자.
만성질환자
당뇨병 환자는 식습관이 중요하다. 평소에 건강관리를 위해 다양한 식단을 구성해야 한다. 제철과일은 무기질과 비타민 보충에 중요한 식품이지만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으면 혈당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상대적으로 당지수가 낮은 과일은 사과나 배, 복숭아, 자두 등으로 혈당이 천천히 오르고 포만감도 오래간다.
과일처럼 먹을 수 있는 채소인 토마토도 좋다. 과일은 먹다 보면 계속 손이 간다. 따라서 한 번 먹을 때 섭취량을 미리 정해놓고 한 종류보다 다양한 종류의 과일을 1~2쪽씩 먹는 식으로 섭취한다. 주스보단 생과일 형태로 먹고 레몬의 경우 즙을 내 조리 시 활용하면 당지수를 낮추는 데 도움된다.
칼륨은 소변으로 배설되는데 콩팥 기능이 감소함에 따라 배설이 잘 안 돼 몸속에 쌓일 수 있다. 그러면 부정맥이나 심장·근육 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콩팥 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생과일을 먹을 땐 재료의 껍질을 벗긴 뒤 채 썰어 먹고 곶감이나 바나나, 참외, 키위처럼 칼륨 함유가 많은 과일은 과한 섭취를 피한다.
콩팥에서 배설되는 인 역시 주의한다. 체내에 쌓이면 피부가 가렵거나 뼈가 약해질 우려가 있다. 특히 말린 과일에 인이 많이 함유돼 있으므로 콩팥 기능이 안 좋은 사람은 섭취를 자제한다.
다이어터
수분감이 풍부한 과일은 더운 날 생기를 부여하고 포만감을 높여 식욕 조절에 도움된다. 수분이 많고 저열량이면서 피로 해소에 좋은 과일이 제격이다.
수박과 멜론이 대표적이다. 수분 함량이 수박 92%, 멜론 90% 정도며 달콤한 맛에 비해 열량은 100g당 30~40㎉ 수준이다. 수박에는 식이섬유뿐 아니라 체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단련하는 아르기닌 성분이 풍부하다. 과육의 90% 이상이 수분이다 보니 이뇨 작용이 활발해 노폐물 배출에도 좋다. 멜론의 경우 칼륨이 많아 나트륨 배출을 촉진하는 데 유리하므로 평소 아랫배, 허벅지, 얼굴 부위 부종으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추천된다.
다만 이런 과일을 먹을 땐 섭취량에 주의해야 한다. 주식으로 먹기엔 탄수화물·당분이 높아 인슐린 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영양 불균형을 초래한다. 식후 디저트로 먹기보다 저탄수화물·고단백 한 끼 식단에 포함하거나 샐러드를 먹을 때 추가하는 방식으로 먹는 게 낫다.
운동 후 과일 섭취는 다이어트의 좋은 도우미 역할을 한다. 격렬한 운동 후엔 피로가 많이 쌓인다. 몸 상태를 빨리 회복하려면 빠져나간 글리코겐을 보충하고 쌓인 산성 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당질·유기산은 피로 해소에 관여하는 영양소다. 운동 직후 수박·멜론·복숭아 등을 섭취하면 피로 물질을 제거하고 땀으로 손실된 수분과 무기질을 보충하는 데 효과적이다.
어린이·노인
우리나라 국민 중 과일·채소를 권장량만큼 챙겨 먹는 사람은 30%에도 못 미친다. 질병관리청 ‘2021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6세 이상 인구 중 과일과 채소를 권장량인 하루 500g 이상 먹는 사람의 비율은 25.5%에 불과했다. 성장기인 어린이와 고른 영양 균형이 중요한 노인은 과일을 따로 챙겨 먹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일은 중요한 영양 공급원인 데다 어릴 때 식감·맛에 대한 기호가 결정되는 만큼 어린이들은 다양하게 경험해야 한다. 이들은 소화·흡수 기능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 세끼 식사만으로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땐 하루 2~3회 과일류를 소량씩 나눠 간식으로 먹게 하면 좋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미각·후각이 감퇴하고 식욕이 떨어져 체중이 줄거나 영양 불균형이 발생하기 쉽다. 식사량 자체가 줄지 않도록 평소 과일을 비롯한 채소·고기를 세끼에 고루 먹는 습관을 기른다. 다만 삼킴장애나 씹는 데 어려움이 있는 노인은 과일을 잘게 썰어 먹는다. 장 활동에 문제가 있는 고령자는 씨앗이 없는 종류를 고르고 껍질을 벗겨 먹으며 비교적 섬유질이 적은 과일을 먹는 게 좋다.
도움말=윤혜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 정창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서재원 대구365mc병원 대표병원장
김선영(kim.sun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