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묘한 마력이 있다.
실례로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과 FIFA월드컵 축구대회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를 애국자로 만든다.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2023 FIFA U-20 월드컵 대회도 그랬다. 한국 청소년들은 첫 경기부터 각본 없는 반전드라마를 써내려 갔고, 한국 축구사상 처음으로 연속 4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이렇다할 스타가 없어 ‘골짜기 세대’로 불렸던 이들의 유쾌한 반란이 가져온 영향은 의외로 대단하다. 해외 거주 한인들까지 괜스레 마음이 우쭐해진 것이다.
스포츠는 더불어 사는 지역의 단합에도 더 없이 좋은 매개체가 된다.
미주 동남부 지역에서는 한인들의 체육행사가 해마다 열린다. 올해로 벌써 41회째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나름대로 지역 한인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필자도 짬을 내어 주 경기가 열린 둘루스고등학교로 달려갔다.
학생들은 품새와 격파에 자신의 기량을 뽐내고, 부모들은 경기장 주변에서 열심히 응원한다. 한편에선 장년의 남녀 혼성조가 비지땀을 흘리며 탁구공 궤적을 쫓는다.
‘영차, 영차…’ 서로의 마음을 싣는 줄달리기에 선수와 응원자들은 하나가 됐다.
역시 스포츠는 세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소통의 장이다. 여기에는 이념도 없고 세대간 갈등도 없다. 단지 지역의 명예와 정정당당한 승부욕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런 가운데 미주한인사회에서는 최근 이민 1세대와 차세대 간의 단절이 화두다. 1세대들은 은퇴의 길목에 서 있고, 바통을 이어받아야 할 다음 주자는 지역한인사회와 담을 쌓고 있다.
실제 최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21기 자문위원들을 모집했다. 여전히 차세대의 참여도가 고민거리이다.
비단 이 조직뿐이랴. 지역한인회도 마찬가지다. 이미 대부분의 한인회는 1세대만의 리그로 전략한지 오래다.
이번 동남부 체전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보였다.
세대공감을 위해 청소년들의 참여 공간을 더욱 많이 마련하는 것이다.
최석기 태권도경기위원장은 “넓은 공간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이 참석했다”며, “앞으로 겨루기 종목까지 범위를 넓히면 참가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쉘 골프경기위원장도 꿈나무들의 육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젊은 세대들의 참여 가능성은 ‘케이 팝 댄스 대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인 2세와 3세는 물론 현지인들까지 참여해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딸을 위해 랄리에서 6시간 차를 몰고 온 가족도 있다. 윤미 햄튼(Yoon-Mi Hampton) 릴번 시의원은 시종 객석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젊은 세대와 호흡을 함께 했다.
문제는 경비다. 행사를 확대하면 좋지만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동남부연합회(회장 홍승원)는 선택과 집중으로 올해 대회의 내실을 꾀했다. 자문위원회가 골프대회 등을 통해 5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모으고, 광고 펀드 레이징도 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뾰족한 해결책이 없을까?
케이 팝 댄스 대회처럼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도 괜찮을 것이다. 체전에서 우수한 기량을 보인 차세대 꿈나무들에게 격려금을 전달한다면 충분히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특출한 재능을 지닌 꿈나무가 출연할 경우 박선근 한미우호협회 회장이 출연한 우등시민장학금(Great American Scholarship Foundation)의 장학생으로 추천하는 방법이 있다.
홍 회장이 초대 설립 이사진에 포함되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하다.
꿈나무도 발굴하고 지역 한인사회의 참여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재단측도 당초 취지대로 다양한 장학생을 발굴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