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 여부는 오늘 중 결정
유가족 돕기 사이트 개설
한인·단체도 추모 ‘한마음’
시애틀 도심 한복판에서 대낮에 무차별 총격을 받고 숨진 임신부 권이나(34)씨 사건과 관련, 검찰은 “용의자를 1급 살인혐의로 기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주 킹카운티검찰 케시 맥너트니 검사는 15일 “용의자는 2건의 1급 살인, 중폭행,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기소될 것”이라며 “기소 결정은 16일에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증오범죄 기소 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현재 한인사회는 이번 사건의 생존자인 남편 권성현씨와 3살 된 아들을 돕기 위해 온라인 기부 사이트인 고펀드미에 모금 페이지를 개설했으며 16일 현재 11만 1800여 달러가 모금된 상황이다.
권씨 부부는 지난 2015년 결혼, 2018년에 일식집(아부리야)을 개업했다. 특히 남편 권씨는 첫아들의 세 번째 생일을 몇주 앞두고 딸을 임신 중이던 아내를 잃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임신 8개월이었던 권 씨는 사건 당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일식집의 문을 열기 위해 출근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일을 하기 위해 첫째 아이는 지인에게 맡겼다.
직접 운전을 하던 권씨는 신호대기 중 아무 영문도 모른 채 건너편에서 날아온 총탄에 머리와 가슴 등을 맞고 그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권 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둘째 아이 분만 수술을 받았지만 아이도 숨지면서 네 식구의 행복은 일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팔에 총상을 입은 남편은 퇴원해 경찰 조사 등을 받고 있지만, 아내와 아기를 잃은 큰 슬픔에 빠졌다. 아직 장례 일정도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영주권자인 이들은 5년 전 어렵게 이 일식집을 마련했다고 한다. 일식집을 마련한 뒤 2년이 지나 코로나19가 들이닥치며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이들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버텨냈다.
권성현씨의 지인 조유신씨는 “아내 권이나씨는 아들의 생일을 앞두고 맞춤 케이크를 제작한다며 행복해했다. 항상 밝고 웃음이 많았기 때문에 주변 사람이 모두 좋아했다”며 “앞으로 성현씨가 3살된 아들을 홀로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 지인들이 힘을 모아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현재 양가 부모가 사정상 미국에 올 수 없는 상황으로 알고 있는데 성현씨가 이번 일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한인들이 힘을 북돋워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총격으로 사망한 아내 권이나(왼쪽)씨와 남편 권성현씨의 최근 모습. 일식 레스토랑 아부리야 인스타그램 캡처
이와 관련, 시애틀 지역 한인 단체들도 권씨 가족을 위해 조의금을 모으고 있다.
시애틀 한인상공회의소 케이 전 이사는 “상의 측에서 1000달러의 조의금을 전달하기 위해 권성현씨를 곧 만날 계획”이라며 “현재 한인 단체들도 마음을 보태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권씨 부부가 운영하던 벨타운 지역 일식집은 영업을 잠정 중단한 상황임에도 지역 주민과 고객들이 잇따라 조화를 놓고 갔다. 시애틀총영사관 서은지 총영사도 업소를 방문, 피해자를 추모했다.
시애틀경찰국도 15일 성명을 발표했다. 아드리안 디아즈 경찰국장은 “그 어떤 말로도 유가족의 마음을 달랠 수 없겠지만, 법 집행 기관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도울 것”이라며 “경관들은 지역사회 안전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반면, 시애틀 지역 사회는 이번 사건을 두고 분개하고 있다.
벨타운주민의회 톰 그래프 대표는 “지금 이 거리에서는 누구나 마약을 거래할 수 있고 시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있다가 이런 비극으로까지 이어졌다”며 “경찰이 범죄자를 체포해도 판사가 감옥에 가두지 않는 상황이다. 이제는 시의회가 나서 이러한 현실을 끝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너스톤교회 데이비드 파커 목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리에 사이렌 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고 경찰의 부재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지난 2년간 이곳은 범죄자에 의해 파괴됐다”고 전했다.
장열 기자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