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의 거리와 쉼터에 노숙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적용되던 주거 지원 정책이 종료된 데다, 주거 비용마저 껑충 상승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WSJ가 전국 각지에서 개별적으로 노숙자 수를 집계하는 150개 단체의 자료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2022년 대비 올해 초 시카고, 마이애미, 보스턴, 피닉스 등 주요 도시 대부분을 포함한 100곳 이상에서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월 기준 노숙자가 2천337명을 기록, 작년보다 22% 늘어난 오하이오주(州) 콜럼버스 지역의 노숙자쉼터 운영자 섀넌 아이솜은 “노숙자 규모와 함께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LA의 지하철과 역에서 생활하는 홈리스들이 크게 늘고 있다. 24일 오후 한 남성이 로스앤젤레스 메트로 레드라인에서 장애인 좌석에 다리를 올린 채 잠을 자고 있다. 김상진 기자
연방기관인 노숙자합동위원회(USICH)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
USICH 산하 관리연속체(COC) 400곳 중 지난해 노숙자가 가장 많은 편이었던 67곳의 예비 데이터를 WSJ가 입수해 분석해본 결과 작년 대비 평균 9% 정도 노숙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과 비교하면 13% 뛰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에 따르면 지난해 단 하루라도 노숙을 경험해본 사람은 전국적으로 약 58만2천500명에 이른다. WSJ는 “만일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미국은 수년래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주거비 상승과 주택 공급 제한이 노숙인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팬데믹 동안 정부가 지급하던 주택 바우처를 통해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임대주택에서 생활하던 수 코스(55)는 올 봄 지원이 끊기며 집에서 쫓겨나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코스는 “돈이 없었고, 지원도 없었다”며 “우리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리스들이 생활하고 있는 70여대의 RV가 길게 줄지어 주차돼 있다. 김상진 기자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카운티의 경우 노숙자가 총 1만264명으로 지난해보다 22% 증가했다. 자동차 등 교통시설을 거처로 쓰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일부의 경우 이민자 유입이 노숙자 증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시카고의 경우 난민 보호시설에 머무는 2천200명이 노숙자 통계에 포함됐다.
WSJ는 “주거비가 오른 것은 물론 팬데믹 시기 시행되던 ‘퇴거 유예’와 같은 보호책이 종료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