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에 개미들 기술주 베팅하지만 추가 금리인상이 변수
올해 들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섹터는 기술주다.
뉴욕증시 전반을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연초 대비 15% 올라 강한 반등장을 연출했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31% 치솟아 두 배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주간 변동률로 봐도 나스닥 지수는 최근 8주 연속 올라 지난 2019년 3월 이후 최장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기조가 아직 유지되고 경기침체 우려도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기술주가 질주하는 것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챗 GPT가 촉발한 AI 열풍은 엔비디아(192%), 메타플랫폼(134%), 테슬라(112%) 등 주요 기술주 가격을 올해 초의 2∼3배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
그러나 기술주들의 최근 질주가 결국 ‘닷컴 버블’처럼 붕괴할지, 아니면 더 오래가는 랠리가 될지를 놓고 투자자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보도했다.
개인투자자들은 기술주 랠리가 더 간다는 데 베팅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주에도 테슬라를 가장 많이 매수하는 등 기술주 비중을 높였다. 옵션시장에서도 테슬라, 엔비디아, AMD, 애플, 메타의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가장 많다.
AI가 향후 우리 사회를 완전히 바꿔놓을 잠재력을 가졌다는 견해가 이러한 기술주 베팅을 뒷받침하고 있다.
웨드부시증권의 선임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WSJ에 “이번 상승장이 1999년과 같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지난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의 기술주 급등장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술주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투자자도 적지 않다. 특정 기술에 대한 과장된 선전과 희망이 넘쳐나면서 이들 주가를 과도하게 밀어 올렸다는 지적이다.
변수는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거의 끝나간다는 관측이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상승세를 뒷받침해왔지만,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연준이 ‘연내 2회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는 것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다만 작년까지만 해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에 출렁거렸던 뉴욕증시는 FOMC 정례회의 다음날에도 큰 폭으로 오르며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허틀캘러간의 투자 부책임자인 브래드 콩거는 “시장은 ‘당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연준의 추가 인상 의지를 믿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브스도 “연준이 두 번 더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농구를 잘 못하는 내가 NBA에서 뛸 확률이 더 높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연준의 긴축 의지가 정말로 단호하거나, 올해 들어 급등한 기술주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랠리 지속’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모건스탠리의 포트폴리오 책임자인 마이크 로웬가트는 “AI 붐은 기술주 섹터와 시장을 견인한 실제 요소”라면서도 “그러나 기술 혁신이 항상 지속가능한 사업과 수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