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텔레비전에 나오는 95세된 할아버지 한 번 봐.” 아내가 말했다. “왜?” “여기 이웃에 92세된 건강한 노인들에 대해서 자기가 글도 썼잖아요. 이분은 95세인데, 건강하고 장수하는 비결에 자기도 흥미 있어 할 거 같아.” “그래 알았어.”
그래서 KBS 텔레비전 “6시 내 고향” 프로그램을 찾아보았다. 2023년 6월 15일에 방영된 내용이었다. 의료시설이나 문화 혜택이 별로 없는 한국 농촌에 사는 평범한 농부가 95세가 되도록 건강 장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경북 영천시 대창면을 공중에서 영상으로 보여준다. 산 계곡 가운데로 냇물이 흐르고 개울 가장자리로 농가들이 보이고, 집들 주변으로 밭들이 펼쳐진 농촌마을이다.
방송국 리포터 뽀빠이 이 상용씨가 마을 입구 느티나무 그늘 밑에서 만난 3여자분들은 85세, 88세, 92세다. 장수하는 노인들이 많은 것은 대창면의 조용한 자연 환경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여자 노인들이 화제의 인물 이종섭 할아버지 집을 가리킨다.
“아버님은 농사일 마치시고 운동하러 가셨어요.” 이 종섭씨 아들이 뽀빠이를 만나 아버지를 소개하고, 아버지가 운동하는 냇가 운동기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걷는 운동 기구 위에서 다리를 넓게 벌려 허공을 걷는 중년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95세 맞느냐고 뽀빠이가 물으니, 맞다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할아버지는 동그란 판 위에 서서 하체를 좌우로 돌리는 운동, 누어서 머리 쪽 다리 쪽으로 기우는 운동, 훌라후프, 줄넘기를 한다. 운동기구 마다 150-200번씩 한다고 한다. 훌라후프 경우는 오른 쪽으로 200번 왼쪽으로 200번 한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하는 운동은 전신 운동인 점이 특이 하다. 각각의 운동을 200번 정도 하는 강도, 그것은 오랜 동안 해 왔기에 95세에서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지속할 수 있는 근육은 짧은 시간에 생길 수 없다.
할아버지와 뽀빠이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95세인 할아버지가 80세인 뽀빠이 보다 더 젊어 보인다. 젊어서 한때 뽀빠이가 팔 운동을 열심히 해서 양 팔을 올려 팔의 알통이 뽈록 튀어나온 모습과 당시 인기 만화에 나오는 뽀빠이, 시금치를 먹어 팔의 알통을 자랑하는 뽀빠이와 이상용씨가 비슷하다 고해서 생긴 별명이 뽀빠이다. 그런데 95세된 농사꾼 이종섭씨가 뽀빠이 보다 더 젊고 건강해 보인다.
이 종섭 할아버지의 또 다른 건강비결이라고 소개한 것은 그의 서도, 붓글씨 쓰기이다. 그의 방에는 붓글씨로 만든 병풍들이 있고 그림 틀에 넣어 벽에 건 붓글씨들은 전문 수준이다. 할아버지가 직접 붓글씨를 쓴다. “一勤 天下無難事” 이게 무슨 뜻이요? 뽀빠이가 묻는다. “한결 같이 부지런 하면 세상에 어려울 게 없다는 뜻이예요.” 그 말을 들을 때 ‘지금도 내가 줄넘기를 쉽게 하는 이유는 한 결 같이 부지런히 젊어 서부터 했기 때문에 지금도 어렵지 않아요’ 하고 설명하는 것 같다.
“붓글씨는 언제부터 쓰셨어요?” “70살이 넘어서 노인 복지회관에 들어가서 배웠어요.” “병풍도 주문하면 만들어 주나요?” “이웃에게 여러 개 만들어 줬어요.” “얼마 받아요?” “50만원씩 받았어요.” “에잇, 너무 싸요. 1억은 받아 야지!” “허허허.”
일상과 독서에서 붓글씨로 쓸 좋은 말을 발견할 때마다 베껴 놓은 노트가 방 옆에 수북이 쌓였다. 좋은 말을 찾고 베끼고 붓글씨로 여러 번 쓰면서 내용을 묵상하고 마음에 새기는 과정에서 웃는 표정, 여유로운 마음 바탕을 만들지 않았을까?
할아버지가 씨디-플레어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춤의 동작이 태권도 품세 같이 절도가 있으면서도 유연하다. 젊은 연예인들이 창작한 춤사위 같은 참신한 춤, 95세된 할아버지가 만든 춤을 춘다. “막춤이라고 해서 막하는 춤으로 알았더니?” “나만의 춤이에요.” “놀라서 말이 안 나와요.” “춤을 추면 모든 고민이 다 날아가고, 운동도 되는 거 같아요.”
85세인 할머니가 준비한 밥상도 건강 밥상이다. 할아버지는 함경도 북청에서 6.25 전쟁 때 혼자 남하해서 군에 갔다가 제대하고 전남 신안 염전에서 일 할 때 아내를 만나 4삼매를 낳아 길렀다고 한다.
‘知足者富’라는 족자를 보며 뽀빠이가 묻는다. “무슨 뜻이죠?” “만족할 줄 알면 부자라는 말이지요. 더 채우려고 욕심부리고, 만족할 줄 모르면 그게 불행한 거예요.” 농촌에 사는 도사가 따로 없다.
할아버지의 자세가 운동을 할 때, 붓글씨를 쓸 때, 밥상 앞에 앉았을 때, 어느 때나 곧았다. 그의 얼굴 표정은 바탕이 순수하고 웃음이다. 뽀빠이가 부인에게 남편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남편은 착하고 순진해요.”한다. 치매의 원인중에 제일은 냉소적인 성격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이종섭 할아버지는 성격의 바탕이 밝고 긍정적이다.